가자 북부 봉쇄 후 식량 끊어…이 ‘굶겨 죽이기’ 실험 중인가

선명수 기자 2024. 10. 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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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명 중 절반 어린이 추정
미 “굶주림 작전 주시할 것”

보름 넘게 구호품 공급이 끊긴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인사들이 가자 북부에서 이른바 ‘굶겨 죽이기 작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이 실제 이를 단행하는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강경파 인사들은 자국 군부와 미국의 반대에도 가자 북부에 소개령을 내린 뒤 이곳을 완전히 봉쇄하고 구호품 공급을 차단하는 이른바 ‘굶겨 죽이기 작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계획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총리실은 이를 부인했다.

‘장군의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작전은 북부에서 하마스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일종의 포위 작전으로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뒤 떠나지 않은 자는 모두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사살하거나 굶겨 죽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봉쇄 지역에 남은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은 물론 연료와 의료 지원도 차단된다.

이는 이스라엘 퇴역 장군이자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을 지낸 지오라 에일란드가 제안한 것으로, 에일란드는 WP에 “시민들을 굶겨 죽이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 전에 떠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제공한다면 합법”이라며 “사람들이 떠나지 않아 죽는다면 그 역시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식량을 무기화한 강제 이주는 그 자체로 전쟁범죄이며, 대량의 피란민을 감당하기에는 남부가 이미 심각한 과밀 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장기간 전쟁으로 부상을 입거나 거동이 불편해 피란 행렬에 오를 수 없는 이들도 상당하다. 유엔은 현재 북부에 고립된 40만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어린이라고 추정했다.

이미 이스라엘이 이 작전을 일부 실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정치학자인 가일 탈시르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의 이탈 및 연정 붕괴를 막기 위해 일부 조치를 허용했을 수 있다”며 “현재 북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분명 이 계획의 실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부 지역에는 지난달 30일 이후로 식량과 물, 의약품 등 구호품이 일절 반입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부터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재개해 이미 ‘장군의 계획’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작전 실행을 부인하며 구호품 반입을 막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매번 이스라엘을 두둔해온 미국도 이스라엘에 “‘굶주림 정책’을 펴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30일 내로 가자지구 구호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날 요르단이 보낸 구호트럭 50대의 가자지구 진입을 허용했으며 북부에도 트럭 28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매일 최소 35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북부 지역 주민을 남부로 강제 이주시키지 말 것과 북부 고립 작전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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