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중도보수, 트럼프는 히스패닉계·여성…취약한 유권자층 막판 ‘공략’
트럼프, ‘합법 이민’ 표현 순화…“시험관 시술 아버지” 주장
미국 대선을 20일 앞둔 16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권자 그룹을 대상으로 막판 지지 확보 경쟁을 벌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중도보수층을 겨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와 여성 표심 구애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 성향 폭스뉴스와 첫 인터뷰를 하고 “내 대통령직은 바이든 대통령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또한 이민·국경 문제를 “우선순위”로 꼽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브렛 베이어 앵커는 해리스 부통령의 답변 도중 여러 차례 말을 끊거나 공격적인 질문을 하며 “(공화당 후보와의) 토론 분위기”(뉴욕타임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보수 강세 지역인 벅스카운티에서 자신을 지지한 공화당 인사 100여명과 유세를 하며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사태를 비판했다. 이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후퇴 추세를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중도보수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따른 ‘민주주의 위협’ 등 위험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행사에서 “우리 나라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원한다. 다만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등록 이민자 강제추방 등 강경 발언을 이어왔지만, 이날은 노골적인 혐오표현 대신 ‘합법 이민’을 강조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로까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톤다운’한 메시지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히스패닉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으나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 비중이 높고 특히 히스패닉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청중이 대부분인 폭스뉴스 타운홀 미팅에선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적극 찬성한다며 “나는 IVF 시술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는 “공화당은 IVF를 위한 정당”이라며 재차 IVF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중지 권리에 대해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난임 부부 등 출산을 원하는 이들의 IVF 시술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이 재생산권 확대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의식해 중도층 겨냥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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