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생선을 우유에 담그는 이유

기자 2024. 10.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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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외국인이 요리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생선스튜를 만들고 있었는데, 생선을 다듬는 방식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생선을 우유에 잠시 담가두고 있었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식초 등을 뿌려 중화시키거나 밀가루를 묻혀 비린내를 빨아들이는 우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유는 어떤 원리로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일까요?

우유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여기에 소량의 지방과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죠. 그런데 우유의 지방은 인지질이라 불리는 물질이 둘러싸고 있어 물속에서도 작은 덩어리 형태로 잘 분산되어 있습니다. 인지질은 물과도 친하고 지방과도 친한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인지질이 없다면 우유는 금세 물과 지방으로 나뉘어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시판되는 우유는 지방 덩어리를 더 잘게 그리고 균일하게 쪼개는 이른바 균질화 공정을 거칩니다. 기존 대비 약 30% 수준인 100만분의 1m 정도 크기의 여러 덩어리로 나뉘는 것이죠. 그러면 맛과 식감이 더 좋아지고, 소화흡수도 훨씬 더 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아진 지방 덩어리들은 또 다른 장점을 갖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냄새를 제거하는 능력 또한 훨씬 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우유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탈취제입니다. 비린내와 같은 냄새 성분들은 대부분 지용성입니다. 지용성이란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을 뜻하는데요, 그래서 생선을 우유에 담그면 우유의 지방 성분이 비린내를 녹여내어 포집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유에 포함된 카세인 단백질은 지용성인 냄새 성분들을 둘러싸 포집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냄새 성분의 흡착효과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그렇다면 이때 포집되는 냄새의 양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첫째, 지방과 단백질의 양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들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더 많은 냄새 성분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지방과 단백질의 양이 변함없다면, 그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인은 표면적입니다. 균질화 과정을 거쳐 큰 지방 덩어리를 상대적으로 더 작은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누면 표면적이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방 덩어리들이 냄새 성분과 만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균질화된 우유가 냄새를 더 잘 흡착하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개봉한 우유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이러한 표면적의 확대가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전 산업혁명 초기, 실을 만드는 방적공장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자주 일어나곤 했습니다. 한참 후에야 그 원인이 밝혀졌는데요, 방적 공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들 때문이었습니다. 먼지 또한 그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표면적은 점차 넓어지는데, 그러면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집니다. 작은 정전기만으로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죠.

크기가 작다고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작을수록 더 커지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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