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한민국은 적대국가’...개정 헌법 뒤늦게 공개
북한이 헌법에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명시한 규정을 넣은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17일 경의·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15일)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대 세력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심각한 안보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7∼8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지시한 ‘통일 삭제’ 및 ‘영토규정 신설’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는 것을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기존 헌법에 있는 ‘자주·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삭제하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헌법 개정 관련 일부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생략했다. 김정은의 여러 가지 ‘개헌 지시’ 가운데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영토규정 신설’과 ‘대한민국 완전 점령, 평정, 수복 및 공화국 영역 편입 문제’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그간 중요한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개정 내용과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 조항 삭제 등을 헌법에 반영했지만 그 파급력을 고려해 (일부 개정 내용만) 간접적으로 공개하는 것일 수 있다”며 “구체적 내용을 조항에 담지 않는 대신 헌법 서문에 포괄적으로 기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특히 영토규정 신설의 경우 기존 정전협정 체제와의 충돌 가능성 등 때문에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놓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편 북한은 김일성 주석 출생 연도(1912년)를 기점으로 삼아 사용하던 ‘주체연호’ 사용을 중단했다. 북한은 대외 입장 발표시 주체연호를 사용해왔으나 지난 12일 김여정 담화, 13일자 노동신문에는 주체연호가 빠진 채 ‘2024년’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선대의 흔적을 지우면서 김정은 독자 우상화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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