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싫어하도록 진화한 몸, 어떻게 운동하게 할까[책과 삶]
운동하는 사피엔스
대니얼 리버먼 지음 | 왕수민 옮김
프시케의숲 | 644쪽 | 2만68OO원
전국이 ‘러닝 열풍’에 휩싸여 있다. 마라톤 대회 참가 접수는 인기 아이돌 콘서트 표 구하는 것만큼 힘들다. 카본 러닝화와 첨단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러닝 크루들이 도심을 뛴다.
멕시코의 시에라 타라우라마에는 ‘극강의 달리기 부족’이 있다. 이들은 평소 맨발로 생활하고 상상도 못할 먼 거리를 달린다.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대니얼 리버먼이 현대인의 러닝에 대해 얘기하자, 부족민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꼭 달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달릴 사람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이오?”
<운동하는 사피엔스>(원제 Exercised)는 인간의 몸은 운동하기 싫어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타라우라마 원주민 같은 ‘운동 잘하는 야만인’ 이미지는 일종의 ‘신화’라고 본다. 이들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수렵하고 농사 짓기 위해서일 뿐 몸매 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리버먼은 현대 문명에서 떨어진 수렵채집인을 수없이 만났지만, 처음 본 순간 그들 대부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러 운동할 에너지가 있으면, 이를 아껴 자손을 낳는 데 사용하는 것이 진화의 법칙이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을 방불케 하는 재치 넘치는 문체로 ‘매일 밤 8시간은 자야 한다’ ‘달리기는 무릎에 나쁘다’ 같은 주장이 왜 ‘미신’인지 알린다.
물론 운동을 안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움직이기 싫어하도록 진화한 몸을 어떻게 운동하게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그 방안 중 하나로 드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둘이서 하든, 운동 수업을 듣든, 대회에 나가든 “신체 활동을 하겠다고 남들 앞에서 맹세”하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러닝 크루’는 다른 이에게 민폐만 되지 않는다면 괜찮은 운동 방법이겠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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