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중동 불안까지 ‘걱정 태산’

국내 수출기업 3곳 중 2곳, 지정학적 리스크 탓 ‘경영 위험’ 느껴

국내 수출기업 3곳 중 2곳은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출기업 44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 조사’에서 66.3%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시적 위험으로 인식한 기업은 39.5%,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3.7%, 기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3.1%였다.

반면 큰 영향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2.6%였고, 반사이익(0.7%)이나 새로운 기회 요인(0.4%)을 기대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소수였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으로 인식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복수 응답)을 조사한 결과 환율 변동, 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43.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 해외시장 접근 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등의 순이었다.

주요 교역국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기업은 해외시장 접근 제한·매출 감소(30.0%) 피해가 가장 컸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러시아 대상 수출기업은 환율 변동, 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미국 30.2%, 러시아 54.5%)가 가장 많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 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과 중동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 피해(EU 32.5%, 중동 38.0%)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