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모녀만 ‘도이치 면죄부’, 검찰개혁 불 당겼다

2024. 10. 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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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이 17일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반 만에 내놓은 결론이다. 두 사람이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이득을 취했고,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정황도 차고 넘치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주었다. 명품백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에 이어 이 정권 검찰에 김 여사는 성역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사실을 부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가조작 사건은 물증·자백이 드물어 정황이 충분하면 기소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검찰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권 전 회장은 주가조작 자체를 부인한다. 그런 사람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게 말이 되는가. 검찰은 “상장사 대표가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이 투자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사정”이라거나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이 없어 주가조작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문인지 김 여사 법률대리인의 변론 요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으리라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선 어물쩍 넘어갔다. 주가조작 2차 주포인 김모씨는 2021년 10월 공범에게 쓴 편지에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라고 했다.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데, 김씨를 조사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주가조작 일당과 김 여사가 묶인 ‘BP(블랙펄 인베스트먼트) 패밀리’를 언급하면서 “다 같이 한배 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어떤 의미의 한배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확인이 안 됐다기보다 눈감거나 집요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수사 의지가 없는데 관련자들이 진술인들 제대로 했겠는가.

이런 수사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려는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을 물갈이하고 친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품백 수수 사건과 묶어 검찰총장 지시까지 어겨가며 김 여사를 한 차례 출장조사했다. 그리고 수사심의위도 거치지 않고 이른바 ‘레드팀 회의’라는 요식절차를 거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과정도, 결과도 불공정으로 점철된 수사였다.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은 중구난방 터져나오는 김 여사 의혹으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검찰이 공익의 대변자이기를 포기한 사건으로 두고두고 기록될 것이다. 더 이상 검찰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국회는 검찰의 존폐 문제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검찰개혁에 전면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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