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K-핵융합로·AI 접목 가속화 … 합종연횡 `선택 아닌 필수`

이준기 2024. 10.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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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참여로 앞당겨진 상용화 시기
한국형 소형 핵융합로 필요성 대두
전력생산 중심 민관 기술협업 강조
KSTAR, H-모드 102초 운전 성과
16년간 실험데이터에 AI 접목 목표
기업들, 후속 프로그램 발굴 과제
핵융합연 "수출기반 마련 등 목표"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핵융합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절박함이 짙게 묻어났다. 이대로 가다간 벼랑 끝 위기로 내몰려 한 순간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탓일까. 지금이라도 다시 '핵융합 신발끈'을 조여 매지 않는다면 영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까. 그의 머릿 속은 온통 '넥스트 핵융합'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혁신을 위한 가속화 전략 없인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핵융합 기술 선도국' 타이틀이 날아갈 게 뻔하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지난 30년 간 국내외 핵융합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 리더십을 바짝 곤두세우고, 선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함께 지난 7월 내놓은 핵융합 가속화 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핵융합 연구자' 신분을 잠시 내려놓고, 핵융합연 사령탑을 맡아 우리나라 핵융합 분야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 원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강화 추세에서 각국이 핵융합 가속화 전략을 앞세워 민간 주도로 핵융합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우리가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안주하지 않고, '넥스트 핵융합' 도약을 위한 가속화 전략에 역량을 모으고,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부장

◇급변하는 글로벌 핵융합 생태계…상용화, 2040년대로 앞당겨질 전망

최근 들어 글로벌 핵융합 생태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격변하고 있다.

오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에너지 실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7개국 공동 프로젝트인 ITER의 건설 일정 지연에 따른 각 국의 핵융합 실증 로드맵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핵융합 참여가 확대되고, 국가 간 국제협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핵융합 상용화 시기도 2050년대에서 2040년대로 앞당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주요국들은 그동안 먼 얘기로 치부됐던 핵융합 조기 상용화를 위해 실증을 넘어 핵융합 발전을 통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가속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핵융합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의 핵융합 연구개발 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KSTAR·ITER 중심에서 핵융합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런 연구 패러다임 전환과 핵융합 가속화를 위해 '한국형 소형 핵융합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기술과 로봇 기술 등의 눈부신 발전에 맞춰 첨단 디지털 기술을 핵융합 연구에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오 원장은 "핵융합은 수많은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거쳐 운전에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가는 게 핵심"이라며 "방대한 실험 데이터와 AI 접목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고성능 플라즈마 안정화 등 기술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고,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시운전으로 최적의 핵융합 운전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이 핵융합 상용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핵융합에 뛰어들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 핵융합 상용화 시기가 당초 2050년대에서 2040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핵융합 상용화의 무게중심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민관 협력으로 핵융합 가속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STAR, AI·디지털 트윈 접목…"기술난제 극복·최적 운전조건 찾아야"

오 원장은 AI, 디지털트윈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KSTAR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1억도 플라즈마를 300초 동안 유지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우선 순위를 두기 보다는 핵융합 기술의 핵심인 고성능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연구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KSTAR는 지난 몇 년 간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1억도 고온 플라즈마 30초, 48초를 유지한 데 이어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모드)를 약 102초 동안 운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핵융합 기술 개발의 이정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STAR를 AI와 창의성을 더해 차별화된 장치로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KSTAR가 장시간 운전하고 플라즈마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플라즈마 불안정성과 플라즈마 붕괴 등 여러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장치 제어를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지난 16년 간의 KSTAR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TAR의 컨트롤러와 센서를 바꾸고,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장치 운전에 적용해 플라즈마 제어와 예측을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KSTAR 운전 시나리오를 도출해 핵융합의 기술적 난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하겠다는 게 오 원장의 구상이다.

그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핵융합 연구에 있어 필수적으로, KSTAR의 최적 운전 조건을 확립하는데도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성능이 좋아질수록 여러 가지 불안정성 요인이 생기는 플라즈마 특성상 이를 디지털 가상 환경에서 실험을 모사하고 최적화하는 핵융합 연구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혁신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KSTAR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KSTAR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실험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플라즈마 불안정성을 미리 예측해 회피하는 기술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오 원장은 "KSTAR에 대한 디지털 기술 접목은 장시간·고성능 플라즈마 운전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과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KSTAR를 ITER 운영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뿐 아니라 향후 소형 핵융합로 건설과 핵융합 실증로를 위한 선도적 장치로 활용하는 계기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핵융합 상용화 앞당기는 '제2의 혁신형 핵융합로' 건설해야"

오 원장은 넥스트 핵융합 전략으로 한국형 소형 핵융합로 건설을 제안했다. 핵융합 실증로와 핵융합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핵융합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핵융합로를 새로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핵융합 실증을 넘어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KSTAR나 ITER보다 크기 면에서 콤팩트하면서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해 검증할 수 있는 소형 핵융합로 건설이 필요하다"며 "새로 지어지는 핵융합로는 핵융합 실증로를 넘어 실제 핵융합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춰 공공과 민간 협업 방식으로 연구와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형 소형 핵융합로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기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핵융합 경쟁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 갈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원장은 핵융합 조기 상용화를 위해 민관 협력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플라즈마 기술과 첨단 재료 등의 연구는 공공이 맡고, 기술 성숙도가 높고 빠르게 상용화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이 담당하는 민관 협력이 중요한다고 오 원장은 설명했다. 또한 AI와 디지털 기술, 대형 구조물 제작 등은 민간이 주도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쌓아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제협력 방안에 대해 오 원장은 "우리나라는 핵융합 후발주자로 ITER와 같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KSTAR를 세계적인 핵융합연구장치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국가 간 양자협력을 확대해 우리가 필요한 기술은 상대국으로부터 지원 받고, 우리의 강점 기술은 상대국에 지원하는 쌍방향 협력으로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KSTAR·ITER 역량 발휘…산업 생태계·수출 기반 마련해야

우리나라 기업들은 KSTAR뿐 아니라 ITER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세계적인 핵융합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ITER의 주요 핵심부품인 진공용기를 비롯해 열차폐체, 초전도 도체, 전원장치 등을 다른 참여국보다 앞서 ITER에 조달했고, 최근 ITER 건설 지연에 이슈가 됐던 열차폐체와 진공용기에 대해서도 무리 없이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STAR와 ITER에 주요 부품을 제작·공급한 주요 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 비츠로테크, 다원시스, SFA, KAT, 삼홍기계, 일진파워, 이엠코리아 등을 꼽을 수 있다.

오 원장은 "한국 기업들은 KSTAR, ITER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핵융합 기술과 제조 역량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고, 이런 경험과 역량은 향후 국제 핵융합 프로젝트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다양한 핵융합장치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해 기술 혁신과 경쟁력을 높여가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 발굴 및 참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궁극적으로 핵융합 기술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KSTAR와 ITER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화와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 원장은 "핵융합은 여러 분야의 다양한 기술과 장치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는 만큼 산업계 입장에서 수많은 기술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핵융합 관련 부품과 시스템의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핵융합에너지 기술개발과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핵융합 산업 생태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술력을 결집해 핵융합 상용화를 2040년대로 앞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출연연, 대학, 산업계가 힘을 모아 신진 연구자부터 고경력 연구자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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