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감도 가능했다"…고성 대신 정책질의 넘친 과방위 `과기 국감`

이준기 2024. 10.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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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대전 KAIST 본원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기정통부 직할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제공

1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소관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연구재단 등 29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기관 국정감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질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보기 드문 '정책 국감'이 치러졌다. 특히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합의해, 국감 시작 후 53개 피감기관 기관장들에게 기관 소개와 간단한 인삿말 기회를 주는 신선함을 연출했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박사후연구원 등 젊은 연구자의 사기 저하와 이공계 인재 유출, 기관장 선임 지연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PBS 제도 개선, 민간기업과의 임금격차 해소, 정년 연장,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유출 등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및 연구자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23개 출연연의 정부출연금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 44%에 그친다"며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10억원 미만 소규모 과제를 따려는 경쟁에 매달리면서 연구의 질이 떨어지고, 연구개발 사업이 파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중대형 기술 중심으로 과제를 중대형화하는 게 해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민들의 과학분야 노벨상 기대가 높은데, 정부는 국정과제로 제시한, 총 예산의 5%를 R&D 예산으로 편성한다는 약속을 못 지키지 않고, 오히려 R&D 예산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R&D 예산 삭감 이후 젊은 연구자를 위해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를 도입해 박사급 110만원, 석사급 80만원 가량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이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청년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출연연 연구자들의 숙원인 '정년 연장' 주문도 나왔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출연연 연구자 정년은 만 61세로, 10%만 65세 정년이 가능하다. 6년 간 약 1100명이 퇴직해 절반 이상이 대학으로 갔는데, 이는 대학이 65세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며 "노벨상 수상자들은 평균 연령이 70세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출연연 종사자들이 더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출연연 신입 연구원 연봉이 민간 기업에 비해 적다며 처우 개선을 주문했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4대 과학기술원 신입생 지원율 감소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내년 의대 정원이 2000명으로 늘어나는데, DGIST와 UNIST 등 지방 이공계 특성화대학의 상황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건우 DGIST 총장은 "수시 모집 결과, 걱정했던 것보다 의대 증원이 크게 영향을 준 거 같지 않다"며 "학생들이 이탈하지 않게 잘 케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반영이 안 돼 그런지 데이터상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 입시부터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의대 중심으로 의대 증원이 이뤄지면 일반고 학생들이 우리 같은 과기원을 선택할 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은 언제 나올 것인가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는 노벨과학상을 언제쯤 받을 것이고, 수상을 위한 걸림돌은 무엇이냐"고 이광형 KAIST 총장에게 물었다.

이 총장은 "노벨상은 세상에 없는 연구를 해서 20년 후 그 결실을 맺어야 받을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믿고 간섭하지 않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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