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채식주의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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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3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A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9월부터 약 2년간 광주 시내 도서관 8곳에서 책 1500여권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일용직 근로자인 A씨가 이 책들을 어딘가에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서적 임자 B씨는 도서관 옆에 '잃어버린 책을 찾아달라'라는 제목의 벽보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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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3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A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9월부터 약 2년간 광주 시내 도서관 8곳에서 책 1500여권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일용직 근로자인 A씨가 이 책들을 어딘가에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뜻밖에도 A씨의 집은 서적으로 가득차 있었고, 훔친 책들 또한 고스란히 보관 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책을 읽고 싶은데 돈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책 도둑도 도둑이란 점은 분명하다.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 본청 1층에는 ‘K창’이란 이름의 도서관이 있다. 원래 당직실이 있던 곳인데 이철우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도서관으로 변경됐다. 경북도는 “도민을 위한 열린 도서관”이라며 “그냥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도청을 방문하는 도민이 책 속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K창 입구에는 ‘봤던 책은 기부하고, 읽고 싶은 책은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서적을 외부로 반출하거나 심지어 이용자가 그냥 자기 것으로 삼아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놓고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고 만방에 선언한 셈이다. 도서 판매량도, 독서 인구도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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