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얻은 김도영, 마음껏 달린다···“그래도 한 가지 절대 안 되는 건”[스경x이슈]
김도영(21·KIA)은 지난 4월말, 야구선수로 성장하며 가장 좋아했던 야구 선배가 김주찬(두산 코치)이라고 했다. “어릴 때 김주찬 선배님을 무척 좋아했다. 홈런 치고 도루도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김주찬 선배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당시 김도영은 무시무시한 홈런 페이스로 월간 1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도루도 11개였다. 올시즌 역사적인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의 출발선이었다.
김도영은 “나는 홈런보다 도루 욕심이 많다. 홈런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난 그런 야구가 좋다. 뛰면서 분위기를 열광시키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김도영의 방망이는 폭발했다. 최초의 월간 10홈런-10도루를 시작으로 수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장타력에 빠른 발까지 갖고 경기를 흔들어버리는 존재감에 KIA는 물론이고 KBO리그에서도 귀한 몸이 되었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큰일이었다.
급기야 도루 자제령이 떨어졌다. 올시즌 김도영의 출루율은 0.420. 나가기만 하면 뛰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억누르며 김도영은 마지막 도전의 최소 기준이었던 시즌 40도루만 채우기로 하고 그 이상 뛰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는 1년 승부의 정점이다. KIA도 김도영을 이제는 자유롭게 놔준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영도 한국시리즈에서는 도루 전부 허용이다. 다 풀어준다”고 말했다.
38홈런, 4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은 장타력과 기동력을 모두 확실히 갖춘 타자임을 올해 정규시즌에서 입증했다. 작전수행능력까지 빼어나다. 모두가 김도영의 강공을 생각하고 있던 순간 기습 번트를 대고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드는 장면을 정규시즌에 보여주기도 했다. 김도영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그런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국내타자 최초의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면서 홈런 욕심을 내봤던 김도영은 한국시리즈를 생각하면서는 욕심을 완전히 비우겠다고 선언했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주어진 위치에서 출루할 수 있을 때 하고 팀 배팅 해야 할 때는 하겠다. 한국시리즈에서만은 정규시즌처럼 기록 같은 것 개의치 않고 이번 시즌 치르기 전처럼 생각하고 뛰겠다”고 말했다.
40홈런-40도루 달성에 홈런 2개가 모자란 채 정규시즌을 마치면서 “사흘간 쉬면서 홈런 욕심내던 모습을 버리고 리셋하고 돌아오겠다”고 한 김도영은 지금 한국시리즈 준비에 몰입 중이다. 2차례 연습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린 김도영의 타격 페이스는 매우 좋다. 이범호 감독도 “정규시즌 마지막보다 훨씬 타석에서의 모습이 안정돼있다. 현재 가장 좋다”고 평했다. 이 페이스를 한국시리즈까지 유지하기 위해 김도영은 애쓰고 있다.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 김도영은 전천후의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한다. 홈런 욕심을 내지 않고 잘 보고 잘 쳐서 나간 뒤 기회만 있으면 뛸 예정이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도 한 가지 금지사항은 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병살만은 피하고자 1루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이 골절돼 겨우내 재활했던 김도영은 올해 내내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금지당했다. KIA는 강력한 금지 효과를 위해 ‘벌금 1000만원’을 걸었다. 그러나 8월9일 삼성전에서 김도영은 7-8로 뒤지던 9회말 무사 2루에서 본능적으로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고 말았다. 내야 안타로 출루한 김도영은 득점까지 성공했고 KIA는 9-8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도영은 후에 기자와 인터뷰에서 “30홈런-30도루를 하고난 뒤 벌금을 좀 깎아주셨다”고 고백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김도영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우승 도전에 함께 하는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정상적으로 자유롭게 플레이 할 것이다. 그러나 헤드퍼스트슬라이딩만은 안 된다고 했다. 시즌 때처럼 2루로 도루할 때는 풀어주지만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절대로 금지”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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