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칼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소비자의 역할

2024. 10.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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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창문 넘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을 수 없는 생활필수가전을 현명하게 사용할 순 없을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내뿜지 않는 친환경제품 개발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을 수리해 사용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는 순환경제 실천이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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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지향성개선팀장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창문 넘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었던 올 여름,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은 가구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993년 보유율이 6%에 불과했던 에어컨을 이제 국내 100가구 중 98가구가 가지고 있다 하니 생활필수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겨울이 되면 온풍기, 보일러 등 난방가전제품의 사용이 늘어날 것이다.

더욱 혹독해진 더위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에어컨이나 보일러 등 가전제품의 사용이 필수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며 폭염과 혹한의 악순환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는 건물 냉난방에서 발생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 판매의 금지를 제안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을 수 없는 생활필수가전을 현명하게 사용할 순 없을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내뿜지 않는 친환경제품 개발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을 수리해 사용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는 순환경제 실천이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제품의 순환이용 촉진과 지속 가능한 사용 등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보장을 위한 순환경제사회법 시행(2025년 1월 1일)을 앞두고, 최근 하위법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부품보유기간이 3년 이상인 공산품에 대해 제조 시 수리용이성을 고려한 설계, 제품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의 확보, 예비부품 제공 시 배송기일 고지 및 기간 내 배송 등 사업자의 의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전제품을 비롯해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을 정하고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순환경제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수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다만, 아직은 순환경제사회법 역시 제품의 수리와 지속가능 사용을 위한 사업자 준수사항을 선언적 노력 의무로만 규정하고 있다.

강제적인 법과 제도의 마련만큼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생활 속 실천과 인식 개선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주체와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앞장서 순환경제 실천에 참여한다면, 정부의 제도 마련과 기업의 대응 속도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사계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기후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이승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지향성개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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