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고소득 시니어층 “재산 상속? 내가 다 쓸 것”
충북에 사는 A(77)씨는 집 근처 노인 복지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방문자들에게 복지관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해 주고 한 달에 약 25만원을 받는다. A씨는 “3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해서 국민연금을 받긴 하지만, 자식한테 손 벌리지 않고 용돈을 벌고 싶어 노인 일자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실시된 65세 이상 국민 1만78명 대상 조사에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다. 2020년(70.5세) 대비 1.1세 올라갔다. 복지부는 “소득과 자산이 높아지고,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자 하는 새로운 노년층이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3년 단위 조사에서 일하는 노인 비율은 2017년 30.9%, 2020년 36.9%, 지난해 39%로 계속 늘었다.
소득·자산 수준도 꾸준히 증가했다. 노인 연간 가구 소득은 2020년 3027만원에서 지난해 3469만원으로 늘었다. 노인의 금융 자산은 3213만원에서 4912만원으로, 부동산 자산은 2억6183만원에서 3억1817만원으로 올랐다.
특히 노인 4명 중 1명(24.2%)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는 대신 배우자와 함께 다 쓰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응답은 2008년 첫 노인 실태 조사에선 9.2%에 불과했으나, 2014년 15.2%, 2017년 17.3%, 2020년 17.4%로 오른 데 이어 올해는 20%를 넘어선 것이다.
재산 상속 방식은 ‘모든 자녀에게 고루 상속’(51.4%),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많이 상속’(8.8%),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에게 많이 상속’(8.4%) 순이었다. ‘장남에게 더 많이 주겠다’는 비율은 2008년 첫 조사 당시 21.3%에서 점점 줄어 6.5%까지 떨어졌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재산 상속에 관한 가치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자녀에게 용돈을 받는 노인은 줄고, 직접 돈을 버는 노인은 늘었다. 노인 가구의 전체 소득 중 근로·사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39%에서 지난해 53.8%로 늘었다. 반면, 용돈 등 사적 이전 소득의 비율은 같은 기간 30.4%에서 8%로 줄었다.
혼자 사는 노인은 늘고,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줄었다. 지난 2020년 독거노인 가구는 전체의 19.8%였는데, 지난해 32.8%로 늘었다. 자녀 동거 가구는 같은 기간 20.1%에서 10.3%로 줄었다. 이에 따라 노인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독거노인 가구는 건강, 생계 등 측면에서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독거노인 가구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4.2%로 노인 부부 가구(48.6%)보다 낮았다. 독거노인 가구 중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9%로 노인 부부 가구(48.1%)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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