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저,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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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순간 나는 비록 잠시였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척하고 피할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가끔은 한국어도, 심지어 영어도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꽤 오랫동안 쫓아오다가 마침내 포기했지만,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종교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 사람들은 피하고, 한국어와 영어도 모르는 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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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어떤 사람이 질문 하나 하겠다고 다가오더니 갑자기 종교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나는 한국어를 잘 모른다고 했더니, 그 사람은 바로 영어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출근길이라 바쁘다고 말해도 그 사람은 계속 따라왔다. 꽤 오랫동안 쫓아오다가 마침내 포기했지만,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종교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 사람들은 피하고, 한국어와 영어도 모르는 척하게 되었다.
포항에 사는 튀르키예 친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포교자들이 친구의 집까지 따라와 억지로 초대하려고 했고, 목이 마르니 물 좀 주겠냐고 하면서 종교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 역시 모르는 사람들을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길을 물어봤던 사람들도 단순히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까 봐 당황하고 머뭇거렸던 것 같다.
나는 모두의 신념을 존중하지만, 종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은 스스로 종교시설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 활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속 깊이 품은 신앙이라면, 자연스럽게 전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진실한 방법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강요가 아니라 배려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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