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고교 무상교육 비용 원상복귀·역사교육 바로잡겠다”···정근식표 서울교육 방향은?
정근식 후보가 조희연 전 교육감의 뒤를 이어 서울시 진보교육감의 명맥을 12년째 잇게 됐다. 유권자들이 진보·혁신 교육 10년에 대해 ‘심판’ 보다는 ‘계승’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태전환교육 확대, 역사교육 강화, 혁신학교 및 학생인권조례 유지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정 후보는 16일 오후 11시 개표율 48.36% 기준, 52.17% 득표율을 기록해 조전혁 후보(44.14%)와 윤호상 후보(3.68%)를 누르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보수 성향이 강하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초접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개표 결과 강남 3구를 제외한 대부분 서울 자치구에서 정 후보가 압도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15분쯤 선거캠프에 나와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선거는 교육의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여러분의 선택이 서울교육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수상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준다”고 언급한 뒤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서울의 미래를 밝힐 열쇠”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창의력과 협력, 그리고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캠프에선 지지자들이 정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원상 복귀, 역사교육 바로잡기를 중점 사항으로 내세웠다. 정 당선인은 캠프에서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학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이었다”며 “반드시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또 “많은 분들이 역사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왜곡된 역사인식이 교육현장에 발붙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로 전국 시·도교육감의 정치 지형은 ‘진보 9 대 보수 8’로 유지됐다. 윤석열 정부 임기 절반 가까이 흐른 반환점에서 진보 교육감 수가 소폭 우세한 구도가 이어진 것이다.
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세웠다. 그는 출정식에서 “초등학교 조기 입학부터 최근 의과대학 증원 문제까지 교육정책이 엉망진창”이라며 “졸속, 불통, 퇴행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삭감한 고교 무상교육 예산,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조희연표 혁신교육 정책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 후보는 생태전환교육 확대를 약속했다.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으로 조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정 당선인은 ‘탄소제로 실천학교’를 확대하고 농촌유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적 지원 근거인 도농교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교육 격차 해소를 역점 사업으로 내걸었다. 정 후보는 ‘(가칭)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해 학습 부진 등 문제를 진단하겠다고 했다.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를 개발해 지역·계층별 교육 격차를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필고사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을 넘어 사고력, 창의력 등 미래형 학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조도 유지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의결한 서울시의회와 충돌하고 있다. 정 후보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함께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교원에 대한 무고성 신고를 막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딥페이크 성범죄 등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 예방책도 강화한다.
정 후보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역사사회학에 매진해온 만큼, 역사교육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운동 당시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는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비판하며 역사 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사실 기반 역사 교육으로 퇴행적 갈등을 극복하겠다”며 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설치, 역사교육자료센터 건립, 역사교육 선도학교 운영 등을 공약했다.
다만 정 후보는 ‘뉴라이트 친일교육 심판’ 프레임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펼쳐 교육감 선거를 진영 논리에 가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희연 계승’을 내세우면서 공약이 대체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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