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5억배럴” 해외기업 앞에선 작아진 ‘대왕고래’

김경학 기자 2024. 10.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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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미국서 설명회
탐사자원량 ‘최소’만 언급
국내선 최대 140억배럴 강조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로드쇼(사업설명회) 자료에 탐사자원량을 최소 수치(35억배럴)만 명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최대치(140억배럴)를 강조하다 해외에서 최소치만 언급한 건 최대치가 현실성이 떨어지고,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지난 7월과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주요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었다.

석유공사는 로드쇼에서 2장으로 구성된 ‘사업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첫 장에는 울릉분지(8광구, 6-1광구 북부와 중·동부)의 개요·탐사 현황 등과 함께 왜 투자해야 하는지 ‘핵심 투자 참고사항’을 담았다. 다음 장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픽 자료 등을 첨부했다.

핵심 투자 참고사항에 탐사자원량을 ‘>3.5BBOE’(최소 35억배럴 초과)라고 표기했다. 탐사자원량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추정량으로, 유전 탐사에서 석유 유무와 별개로 가장 큰 범위의 자원량이다.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 분석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은 최소 35억에서 최대 140억배럴이다.

애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 최대치를 강조했다. 지난 6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브리핑을 열어 최대치인 140억배럴만 언급했고, 질의응답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원량 가치가)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 안팎에서 탐사 시추 전 단계에서 최대치만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와 석유공사는 7월 말부터 탐사자원량으로 ‘중간값’ 74억배럴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석유 탐사에 정통한 한 인사는 “탐사자원량 최대치의 의미는 최대치보다 많을 확률이 10%, 적을 확률이 90%라는 이야기로 십중팔구 최대치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로드쇼에서는 석유공사가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그런 어림없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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