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면서 세금은 안 낸다? ‘디지털세’ 머리 맞댄 세계

김윤나영 기자 2024. 10. 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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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서 막대한 이익 낸 구글
작년 법인세는 네이버의 3.1%뿐
글로벌 기업 형평성 논란 재점화
EU·영국 등 디지털세 도입 추진

정부·여당 내에서 구글·페이스북코리아·넷플릭스·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에도 국내 대기업과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본사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 대기업보다 낮은 세금을 내왔다.

조세 형평을 위해 유럽·캐나다 등에선 글로벌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매겨왔다. 다음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에서 천문학적 돈을 버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조세 회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조세 형평성 논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네이버가 낸 법인세(4963억원)의 3.1%에 불과하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654억원을, 네이버는 9조6700억원을 신고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거둔 이익 대부분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 몫으로 회계 처리해 자사 매출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재정학회가 추산한 지난해 구글코리아의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으로 실제 낸 세금보다 33배 많다.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 추정치는 최대 12조1350억원으로 신고한 액수(3654억원)보다 33배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법인세로 36억원을 냈지만, 매출 추정치를 감안하면 최대 876억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재정학회는 추산했다.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법인세가 0원인 글로벌 기업도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연간 5조원 넘는 이익을 거둔 외국 법인 2곳 중 1곳(44%)꼴로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내에서 연 매출이 각각 2조원, 1조원인 나이키코리아와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법인세가 0원이었다. 외국 본사에 보내는 돈을 비용으로 처리해 수익을 축소했다.

과세당국이 디지털 기업 과세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2020년 구글 서버가 해외에 있더라도 국내에서 발생한 앱스토어·인앱결제 등 매출은 구글코리아의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5000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넷플릭스코리아도 2021년 800억원의 세금을 낼 수 없다면서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다. IT 기업이 이익을 내면 서버가 어디에 있든 수익이 난 국가가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U와 영국이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 앞장섰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인도, 튀르키예 등은 독자적인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도입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들에 ‘관세 보복’ 위협으로 맞섰다.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이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디지털세 전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재로 일단 휴전 상태다. 최 부총리는 “디지털세 논의를 빨리 진행하는 게 낫다”면서도 “다만 OECD, G20 포괄협의체에서 논의하기에 우리가 적극 참여해 조속히 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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