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국정에도 개입?...대통령 발표 정보 사전 입수 정황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가 대통령실이 발표하는 국가 산업단지 선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비화한 명 씨와 대통령 부부와의 논란이 국정 개입 의혹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15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은 제14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민생회의 핵심 의제는 국가 산단 최종 후보지 선정이었다. 이날 회의 뒤, 대통령실이 발표한 국가 산단 선정 지역은 창원시를 포함해 총 14곳이었다. 창원시는 명태균 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지난해 3월 15일, 대통령 주재 민생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간 이뤄진 통화 녹음 파일 일부를 확인한 결과,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의 공식 발표 이전에 창원시가 국가 산단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우선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 민생회의가 개최되기 전날인 2023년 3월 14일 오후 3시 51분, 명태균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현수막 제작과 관련해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명 씨는 강 씨에게 당시 원희룡 장관과 김영선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더 크게 실어야 한다고 말한다.
□ 강혜경 : 네 본부장님, 여보세요?
■ 명태균 : 저… 다 좋은데 그 두 사람 원희룡 장관하고 나온 거 있죠? 그건 좀 확대를 해야지.
□ 강혜경 : 당겨가지고?
■ 명태균 : 예, (사진이) 너무 작잖아. 사람이 안 보이잖아요, 현수막.
□ 강혜경 : 알겠습니다.
- 2023년 3월 14일 오후 3시 51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
두 사람이 상의했던 현수막에는, 다음날 윤 대통령이 발표할 창원시의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 대한 홍보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식 발표 하루 전날인데도, 창원이 제2 국가산단 후보지에 선정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는 문구까지 담겨 있다.
다음날인 3월 15일 오전 9시 16분, 아직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열리기 40분 전에, 명태균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 사항을 내린다. 곧 있을 오전 10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산단 후보지 결정 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니, 신속히 배포될 수 있도록 창원시의 산단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과 보도자료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독촉했다.
■ 명태균 : (오전) 10시에 대통령 주재 회의해서 보고할 거거든.
□ 강혜경 : 네
■ 명태균 : 인터넷 방송에서 중계를 할 거예요. 그러니까 10시 반이나 이렇게 되면 그러니까 11시에 다 걸어야 돼. 현수막하고 보도자료를.
- 2023년 3월 15일 오전 9시 16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
이후 26분 뒤인 오전 9시 42분, 명태균씨는 다시 한번 강혜경 씨에게 지시를 내린다. 창원이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에 선정됐다는 김영선 의원의 보도자료를 두고, 내용의 첨삭을 지시하고 구체적인 홍보 문안까지 언급한다.
■ 명태균 : 저하고 봅시다. 네 여기 맨 앞에 타이틀 있죠?
□ 강혜경 : 네.
■ 명태균 : 타이틀에 창원시 의창구 북면 창원 제2국가산단...
□ 강혜경 : 예
■ 명태균 : 여기 보면 이게 이렇게 해 주세요. ‘창원 의창구 북면 방위 원자력 융합 국가산단 2.0 후보지 선정 쾌거’ 이렇게 돼 있잖아요. 그거를 창원 의창구 북면. 창원 제2 국가산단이라는 말을 넣어 줬으면 좋겠어.
그다음에 '방위산업 원자력 국가산단 2.0 후보지 선정 쾌거'...
그 ‘국가산단 2.0’ 필요 있나?
□ 강혜경 : ‘제2 국가산단’들어가면 ‘국가산단 2.0’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 명태균 : 빼, 그러면.
□ 강혜경 : 알겠습니다.
■ 명태균 : 그 다음에 ‘김영선 의원-창원시 원팀되어 일군 값진 성과물’ 해 놓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 51명 건의문 있죠? 거기에 김영선 의원을 넣어요. ‘김영선 의원, 국회의원 51명 건의문을 받아’...
- 2023년 3월 15일 오전 9시 42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
실제로 김영선 의원의 보도자료에는 명태균 씨가 불러준 문구가 거의 그대로 옮겨졌다.
뉴스타파는 명태균씨가 강혜경 씨와의 통화 녹음 외에 국가산단 선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또 다른 근거도 확보했다.
지난해 3월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산단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 JPG 파일을 입수해 문서 기록 정보를 확인했다. 강혜경 씨가 이 파일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파일이 만들어진 날짜가 3월 14일 오후 4시 27분이었다. 앞서 오후 3시 51분, 명태균 씨가 전화통화로 강 씨에게 원희룡 장관이 함께 나오는 사진을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현수막 파일이 만들어진 것이다. 모두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를 통해 공식 발표 되기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다.
3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 민생회의 내용은 회의가 끝난 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창원시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는 내용도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대통령실 보도자료 등을 통해 외부에 배포됐다.
결국, 2023년 3월 14일과 15일 오전, 세 차례에 걸친 명 씨와 강 씨의 통화 내용, 그리고 3월 14일에 제작된 현수막 JPG의 생성 일자 정보를 종합할 때,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과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보안 속에 대통령실이 발표하는 산단 후보지 결정 등 주요 국책사업의 정보까지 사전에 입수해 김영선 의원의 홍보에 활용했다는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에게 연락해 국가 산단 선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경위를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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