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사라진 것들” 봄여름가을겨울, 장인 정신으로 다시 빚은 명반[종합]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뉴스엔 글 이하나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이 담긴 정규 2집이 35주년을 맞아 재탄생했다.

10월 16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의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35주년 (2024 MIX)’ 앨범 공개 기념 음감회가 진행됐다.

지난 1989년 10월에 발매된 봄여름가을겨울의 정규 2집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은 앨범 발매 35주년을 맞아 뉴 믹스 과정을 거쳐 재탄생했다. 이번 앨범은 봄여름가을겨울의 Make-Do-And-Mend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과거에 발표된 명곡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현재에도 당시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간 믹스 과정에 참여한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이 나온 지 35년 되는 날이다. 정확한 날은 기억 못하지만 정확한 주는 기억한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에 10월 셋째 주에 앨범이 나왔다. 그때를 기념해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라며 “35년간 끊임없이 봄여름가을겨울을 사랑해주셨던 팬들을 위해서 그들의 추억을 수선하는 의미로 시간을 뛰어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김종진은 작업 과정을 ‘뉴 믹스’로 정의했다. 과거의 마스터 테이프를 풀어 완전히 새롭게 믹스했다는 것. 앨범 작업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김종진은 “과거의 것을 고집하지 않았다. 가진 재료를 튜닝하고 만드는 믹싱 기술이 정말 발전한 것 같다. 저희도 현재 기술을 채용해서 35년 된 음악도 요즘 기술로 믹스하면 어떻게 들릴까라는 질문을 갖고 작업했다. 해답은 여러분한테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작업 과정에서 김종진은 과거의 것을 간직하되 현대 기술로 가장 좋은 사운드를 구현해 모드 세대가 같이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데 중심을 뒀다. 김종진은 “기술적으로 요즘 음악은 저음이 풍부하고, 가사 전달력이 굉장히 선명하다”라며 “과거에는 뮤지션들의 개별적인 연주도 굉장히 많이 들었던 시대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건 차치하고 뭉뚱그려진 사운드가 파도처럼 들리도록 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그런 부분에서는 저희가 조금 다른 접근을 했다. 다섯 명이 밴드 연주를 했고 추가로 곡에 따라서 트럼펫, 섹소폰이 추가되는 정도로 했다. 드럼만도 따로 들을 수 있게 악기 연주가 잘 되도록 작업해봤다”라고 설명했다.

정규 2집의 인기로 국내 최초 억대 광고까지 찍었던 추억을 회상한 김종진은 “지금은 한국의 음악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악이지만 1989년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 음악은 해외 것을 빌려 오기 급급했고, 어떤 게 좋은 소리를 내는지 기준이 없어서 척박했다”라며 “봄여름가을겨울은 뮤지션 출신이었기 때문에 음악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수 있었고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데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다. 레코딩 스튜디오를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엔지니어와 작업했다. ‘어떤 이의 꿈’에서 나오는 독보적인 사운드가 당시 레코딩 엔지니어한테 큰 영감을 줬고, 편곡법을 발전시키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이 음악을 엄마와 아들이, 아들과 딸이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들으면서 ‘우리는 이런 음악을 들었어. 죽이지 않냐? 노래도 멋지고 연주, 편곡도 멋지고 사운드도 죽이지? 우리 이렇게 멋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공감하고 그러면서 자녀가 부모님 세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김종진은 현재 음악 산업과 시장에 대한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김종진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 35년 전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는 매사에 정신이 있던 시대 같다. 음악가의 정신이 있었고,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팔려고 하는 정신이 있었다. 세상에 정말 좋은 것을 선사하겠노라라는 정신으로 가득했던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신은 많이 사라졌다”라며 “지금은 귀여운 아이템도 나오고 CD가 나올 때 수집의 도락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고 어떤 마음으로 연주하고 노래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 음악은 죽었다”라고 일침한 김종진은 “음악은 죽고 제작자는 살아났다. 그런 경향이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음악의 본질보다 그걸로 산업을 만들고 재미를 추구하는 형태가 앞으로 계속 더해갈 거라 생각한다”라며 “모래알처럼 흘러가 버린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고, 그 가치를 아는 장인급의 사람들이 혼신을 다해서 과거의 것을 재구성해서 들려 드리는 그런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종진은 “많이 변한 세상 속에도 과거의 음악을 다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다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지금은 세상이 돌아서 있는 것 같다. 혼자보다는 돌아서 있는 사람을 다시 내 쪽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봄여름가을겨울의 대표 공연 브랜드 '와인콘서트' 라이브 실황 앨범 10종의 음원을 11월 21일부터 고음질로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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