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국위선양해서 선처? '불법촬영' 피해자는 너덜너덜"

박지혜 2024. 10. 16.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불법 촬영 혐의를 인정한 축구선수 황의조(32) 씨 측이 ‘국위선양’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해자 측은 “자백하고 반성하는 거 맞나?”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 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16일 황 씨의 성폭력 처벌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 전까지 “당시 연인과 합의된 영상”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던 황 씨는 이날 돌연 혐의를 인정했다.

황 씨가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이날 재판에선 곧바로 결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황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간의 취업제한 명령도 부과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황 씨 변호인은 “황 씨는 축구선수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위선양을 했다”며 “사회에 복귀해서 건강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이번에 한해 선처해달라”고 했다.

황 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피해 보상에 노력하겠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축구선수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황 씨는 A4용지에 미리 준비한 최후진술을 읽으며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공판 후 “피고인이 범죄를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작년 11월 피의자가 특정된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 신상정보를 직·간접적으로 흘려가면서 피해자를 압박·회유했고 자기가 굉장히 억울한 피해자이고 피해자가 오히려 거짓말을 한 거처럼 얘기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이루 말로 하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와서 하는 반성이 반성 맞나?”라며 “재판부에 ‘나 좀 봐줘’라는 거 외에는 와 닿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황 씨 측은 지난해 11월 낸 입장문에서 피해자를 추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공개해 2차 가해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발표 내용만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 것을 보기 어렵다”면서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황 씨와 자신의 교제 사실을 아는 모든 지인과 관계 및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이게 피해 아닌가?”라며 “(영상) 유포자였던 형수의 남편이자 피고인의 형에게 피해자의 연락처를 줘 피해자가 거듭해서 전화를 받았다. 그건 개인정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 과정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유명 국가대표 축구 선수라는 특혜를 받아왔다”며 “해외에 체류한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3개월이 지나서 재판이 열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 측은 국위를 선양했고 국민에게 봉사했고 여러 가지 기여가 있으니 선처해달라고 얘기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니까 선고도 수요일에 해주라고 했는데, 재판부는 이걸 다 받아줬다”며 “피고인에 대한 명예와 배려는 있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무척 아쉬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검찰에서 4년을 구형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범죄행위와 2차 피해로 피해자는 말 그대로 너덜너덜해졌지만 피와 땀, 눈물 위에 서서 용기 내서 싸우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며 “이 사건도 피해자가 이렇게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도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 정도의 영상을 촬영·유출하고 2차 피해가 발생했는데 너는 국위선양하니, 너는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축구선수니까 라는 등의 이유로 선처해서 계속 축구하라고 하는 게 법원의 의지인지, 그럼에도 이런 일은 해선 안 되는 거란 걸 국민에게 보여줄지는 법원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를 향해 “변호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황 씨와 합의할 확률에 대해선 “0%”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피해자가 나서게 된 건 본인의 피해를 소명함과 더불어 더 이상 피해자가 양산돼선 안 된다는 것,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강조했다.

황 씨의 선고기일은 오는 12월 18일로 잡혔다. 재판부는 “황 씨 측이 피해자와 합의 시도를 해보겠다고 하니 선고기일을 여유롭게 잡겠다”며 이처럼 선고기일 지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황 씨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 씨는 지난해 6월 자신과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공유한 형수를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정황이 포착됐다.

황 씨의 형수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한편, 황 씨는 현재 국가대표팀에서 잠정 배제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 성폭력 관련 징계 규정에 따라 황 씨는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일정 기간 국가대표 자격을 잃게 된다.

튀르키예 알란야스포르에서 뛰고 있는 황 씨가 유죄 판결을 확정받는다면 해당 구단에서의 활동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