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으로 아이가 죽었는데 집행유예? 돌봄 사각지대, 재판부 양형 사유는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16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이젠 좀 그만 봤으면 좋겠는데 정말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비극 바로 아동학대 사건입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아동학대 범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히들 직접적 폭력 행위 그러니까 때린다거나 혹은 말로 정신적 충격을 주는 폭언 정도만을 학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땅히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을 홀로 방치하는 것 역시 엄연한 학대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학대는 때때로 아이들의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들곤 하죠. 평상시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죠. 하지만 당시 10살 8살이던 어린 두 형제는 사건 발생 전날부터 보호자 없이 집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사고가 났던 그날 10살 형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동생은 끝내 숨지고야 말았죠.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대목은 이 사건 우리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비극이었다는 점입니다. 두 형제의 친모는 단 한 번도 아닌 무려 세 차례나 아이들을 방임하고 있다 신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주변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방치된 채 남아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안수진 변호사(이하 안수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사건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안수진: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9월 14일이었습니다. 인천에 소재한 한 빌라에서 결식 아동이었던 10살의 형과 8살의 동생이 보호자 없이 단 둘이 있었는데요. 사건 당일은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인해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라 두 형제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초기에 알려지기로는 형제가 아동 급식카드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는데 라면을 끓이던 중 화재가 발생하였고 형제는 119에 신고를 하였으나 위치는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살려주세요만 연거푸 외쳤다고 합니다. 소방대원들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서 빌라에 도착하였는데 불이 주방 가스레인지 근처에서 시작하였고 주변에 음식 포장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토대로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이원화: 아이들이 직접 신고했다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만 기억하기로는 당시 아이들이 구조는 됐지만 의식이 없는 채로 병원으로 이송됐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안수진: 당시 형제는 모두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추후 병원에서 형은 상반신에 3도 중화상을 입는 등 전신의 40%에 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집에 부모님은 안 계셨나요? 10살과 8살이면 아이들끼리 남겨두기에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은데
◇안수진: 네 그렇습니다. 당시 어린 형제들은 집에 단 둘이 있었습니다. 형제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3명이 살고 있었는데요. 어머니는 화재 발생 전날 밤 지인 집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상태였습니다. 특히 형제의 나이 자체도 매우 어리지만 형은 2018년 7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평소 가스레인지로 불장난을 한 적도 있어 충분한 보호와 감독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원화: 잠시 외출 정도도 아니고 전날 밤에 나가서 지인 집에 있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입니다만 썩 이해가 가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수진: 어머니가 형제를 두고 길게 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사건 발생 불과 사흘 전인 9월 11일 오후 4시 55분에 집을 나간 뒤 이틀 밤을 보내고 9월 13일 새벽 5시 21분에 귀가한 것을 비롯하여 사건 발생 보름 전이었던 8월 28일부터 이 사건 당일까지 10번에 걸쳐 형제들만 집에 둔 채 외출한 사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이었던 2018년 9월, 2019년 9월, 2020년 5월에 걸쳐 이웃들이 세 차례나 방임 학대로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하였고, 형제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도 형제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없어서 교우관계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을 해달라라고 의뢰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이웃들이 신고도 하고 전문기관에 상담 의뢰도 했다고 하면 상황이 좀 나아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거든요.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거는 그 이후잖아요. 뭐가 문제였습니까?
◇안수진: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형제의 어머니에게 환경 개선 및 지역아동센터 등을 권고를 하였지만 전부 거절당했고, 해당 기관은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인천가정법원의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 달라 라는 내용의 보호 명령을 청구하였습니다. 경찰은 형제의 어머니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였으나 법원은 사건 발생 직전인 2020년 8월 하순경 기관이 청구했던 격리 조치 대신 어머니는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형제는 12개월간 상담을 진행하라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서 첫 상담조차 이뤄지지 못하였고, 결국 법원이 격리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던 시기에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법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안수진: 네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조사관과 전문가의 진단을 거친 처분이었으며,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볼 의지를 보이고 아이들은 어머니와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그런 처분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법원이 격리 조치 청구를 기각한 것도 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상 돌봄 사각지대가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우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자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어서 관할 지자체인 인천 미추홀구는 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을 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정부가 학대 위험 가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이 아동 행복 지원 시스템 역시 이 사건 형제와 같이 지역 아동복지 전문기관에 이미 등록된 아동은 학대 위기 아동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이상하네요. 그 부분은 아무튼 이 사건 터지고 '라면 형제'라고 불리면서 정말 많은 국민들이 두 형제가 회복하길 바랐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 두 형제의 건강은 되찾았나요?
◇안수진: 네 저도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 두 형제 모두 어서 쾌차해서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런 내용을 답변드리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신의 40%가량 3도 화상을 입었던 형은 두 차례에 걸친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당시 휴대전화로 원격 수업을 가끔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유독가스를 많이 마셨던 탓에 유독 회복이 더뎠는데요. 동생은 의식을 찾은 후에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건 발생 37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둘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잠시 의식을 차렸을 때도 엄마라는 말만 간신히 했다고 하니까 그 상황을 떠올려보면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그런데 당초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려졌었는데 이후 이게 잘못된 정보라고 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죠
◇안수진: 예 맞습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아마 소방대원들이 사건 당시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불이 주방에서 발생하였고 주변에 식료품 껍데기들이 있어서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이 난 것은 아닌가 하고 추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화재의 원인은 형이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휴지를 가져다 대었다가 불이 붙은 것으로 밝혔습니다. 실제로 형제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이가 사고 이전에도 유사한 행동을 보여서 혼낸 적이 있다 라고 진술하였고, 형 역시도 같은 진술을 하였는데, 이와 관련해서 경찰은 처음부터 주방 쪽에서 불이 시작되었다고만 했지 라면 등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났다라고 발표한 적이 없다 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또 다시 반복하게 됩니다만 보호자가 집에 함께 있었으면 이런 일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심지어는 기존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다고 그러면 당연히 조심을 했어야 되고 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의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안수진: 네 맞습니다. 성인인 보호자가 함께 있었다면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는 걸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100번 양보해서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였더라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시 형사 미성년자였던 형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서 내사 종결 처리가 되었지만 앞서 잠깐 언급된 바와 같이 화재의 주원인으로 방임이 지적되면서 형제의 어머니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어머니에게 적용된 제명은 아동복지법 위반 그중에서도 아동 유기 방임이었으며, 11회에 걸쳐 지인 집에 방문할 목적으로 형제만 주거지에 남겨둔 채 장시간 외출하여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한 기본적 보호를 소홀히 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내용 들어보니까 대충만 계산해 봐도 보름 동안 11회면 거의 매일이에요.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안수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제 어머니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는 비판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안수진: 네. 법원은 보호자로서 제공하여야 할 영양 섭취, 실내 청소 등 기본적인 건강 위생 관리가 성장기 아동들에게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고, 평소 형이 가스레인지를 이용한 불장난을 하거나 화상을 입기도 하였다는 점에서 형제의 어머니가 형제만 주거지에 남겨두어서는 적절한 보호 감독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징역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형제의 어머니가 수년간 홀로 형제를 양육하면서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형제와의 관계 또한 원만하였으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반성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이 판결을 접했을 때에는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는데 집행유예는 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러나 이 사건을 리서치하면서 어머니가 방임을 한 것은 명백히 아동학대가 맞지만 아직 양육이 필요한 형도 남아 있다는 점과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설치한 양형 사유들 역시 납득할만하다 라고 생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원화: 사실 정말 어린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 방임하는 거 이것도 엄연히 아동학대죠?
◇안수진: 물론입니다.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게 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자녀가 시력이 손상되어 앞을 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년 이상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결국 양안 전체의 망막 박리 상태가 되도록 방치하고, 경추가 골절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가 필요한 자녀를 주거지에 홀로 둔 채 나간 부모님이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됐습니까?
◇안수진: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서 무려 4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의심 행위로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있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사례관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방임 행위를 장기간 지속했다는 점, 특별한 이유 없이 영유아인 자녀를 두고 거주지를 비운 점 등을 종합해서 각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하였으나 기각이 되었고 결국 원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꼭 오늘 소개해 드린 사건과 방금 말씀드린 판례처럼 심각할 정도의 유기 또는 방임에 이르지 않더라도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기본적인 의식주 등을 소홀히 할 경우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원화: 좋은 말씀이십니다. 사건 X파일 오늘은 어린 두 형제가 방임으로 방치됐다 화재로 숨진 안타까운 사건 살펴봤습니다. 아이를 돌보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 큽니다만 사회 시스템이 조금만 더 치밀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건 아니었을까요?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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