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불편해도, 폭력의 본질 사유하게 만드는 연극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10.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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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승규)이 폐건물에서 추락해 죽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사고 당일까지 죽은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동주)다.

'애도의 방식'은 서사의 중심인 학교폭력 가해자 승규의 죽음과 그것에 대한 피해자 동주의 태도를 모호하게 제시한다.

어둡고 불편한 내용을 맞닥뜨리는 관객이 연극의 흐릿한 결말을 스스로 채우면서 폭력과 단죄, 악의 본질을 사유할 것을 의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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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애도의 방식' 무대에
안보윤 작가의 연작소설 각색
학폭과 2차 가해 문제 통해
삶에 대한 시선과 윤리에 질문
신진호 연출 "관객 성찰 유도"
안 "인물들의 울림 다채로워"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연극 '애도의 방식'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한 고등학생(승규)이 폐건물에서 추락해 죽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사고 당일까지 죽은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동주)다. 자식을 잃고 삶의 의미가 사라진 엄마(미정)가 피해자 학생을 찾아가 묻는다. 그날 사고 현장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단 한 번만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폭력과 2차 가해, 악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연극 '애도의 방식'이 공연 중이다.

소년범('카르타고'), 보호종결아동('소년대로') 등 소외된 청소년 문제를 다뤄온 신진호 연출가(33)가 역시 사회 참여적 소설을 써온 안보윤 작가의 연작 소설 '애도의 방식'(2023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과 '완전한 사과' '딱 한번'을 각색한 연극 '애도의 방식'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 '애도의 방식'에서 신 연출가가 중점을 둔 것은 여백이다. '애도의 방식'은 서사의 중심인 학교폭력 가해자 승규의 죽음과 그것에 대한 피해자 동주의 태도를 모호하게 제시한다. 어둡고 불편한 내용을 맞닥뜨리는 관객이 연극의 흐릿한 결말을 스스로 채우면서 폭력과 단죄, 악의 본질을 사유할 것을 의도한다.

신 연출가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애도의 방식'에서 동주가 승규의 죽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을 보고 그 여백을 무대에서 연극적 방식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여백이 많은 인물을 무대에서 구현하고 관객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빈 부분을 메꾸는 것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애도의 방식'은 가해자와 피해자, 2차 가해와 단죄 등 구분이 분명해 보이는 것들에 숨은 여백도 조명한다. 정의감에 취해 범죄자의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 타인의 불행을 부풀리고 가십 거리로 소비해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이웃들, 어린 가해자가 가정과 사회에서 방치되며 악을 행하게 되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신 연출가는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라보면 섣불리 판단하거나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며 "관객이 다소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삶에 대한 시선과 윤리적 잣대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그것이 문학과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연출가는 여백이 사유를 촉발한다고 강조했다. 감정과 이념, 자극적 감각으로 가득 찬 콘텐츠는 관객에게 자신과 세계를 돌아볼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프로덕션에서도 가장 고민했던 것은 슬퍼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였다"며 "아들 승규를 잃은 미정이 아들의 지난 삶을 추적하게 해 관객이 슬픈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폭력과 악에 대한 사유를 하게 유도했다"고 말했다.

원작자인 안보윤 소설가는 연극 '애도의 방식'을 관람한 뒤 소설과 다른 색다른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안 소설가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에서 언어로 풀었던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감각적 실제로 나타나 다채로운 울림을 느꼈다"며 "묵직하고 불편한 주제를 다뤄온 만큼 독자들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같은 세계를 천착하는 예술가를 만나 동료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고 말했다.

연극 '애도의 방식'은 40세 이하의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 DAC Artist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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