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앞서게 해주이소"···명태균 리스크에 '여론조사 불신론'

이진석 기자 2024. 10. 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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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 국힘 관련 여조 개입 정황 속속 드러나
홍준표 "여론조사 브로커 만연···정비해야"
'공표용 여조' 전 '사전 여조' 의혹도 나와
"무분별 업체 난립 막고 불법시 퇴출해야"
명태균 씨. 사진 제공=명 씨 페이스북 캡쳐
[서울경제]

경남지역의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의 각종 경선 과정에서 암약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조사 불신론’이 불붙고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민심의 흐름을 살피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여론조사’로 당내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치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 씨에 대한 비판을 이어오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 브로커가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있고, 선거철이면 경선조작으로 더욱 더 선거 사기꾼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영하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서 윤 후보(윤석열 대통령)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시장은 “ARS(자동 응답 시스템) 기계 몇 대 설치해 놓고 청부, 샘플링 조작, 주문 생산으로 국민 여론을 오도하고, 응답률 2~3%가 마치 국민전체 여론인양 행세 하는 잘못된 풍토도 바뀌어져야한다”며 “극단적인 찬반파만 응답하는 ARS 여론조사는 폐지돼야 하고 응답률 15%미만은 공표가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이러한 사이비 여론조사 기관들 정비를 강력히 추진했지만, 야당이고 소수당이라서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명태균 사기 여론조작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서 이 잘못된 여론조작 기관들을 정비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뉴스토마토가 전날 공개한 명 씨의 녹취록에는 홍 시장이 제기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난다.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9월 29일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실무자인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 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젊은 아들(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워 목표한 수치를 맞추려는 시도로 보여 지는 대목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녹취록에서도 명 씨는 2022년 2월 28일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으며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요구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두 여론조사 모두 미공표 자체 조사인데, 어떤 경위로 이러한 작업을 진행했는지가 명 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명 씨가 공표 여론조사에 앞서 원하는 결과 값을 얻어 내기 위해 예행조사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1차 조사를 통해 최적의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는 표본을 확보한 뒤 뒤이은 공표용 여론조사에서 이를 참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사경남이 여론조사 업체 피엔알(PNR)에 의뢰해 10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은 31.4%, 홍 시장 29.9%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해 앞선 미공표 여론조사의 결과와 비슷한 수치가 도출됐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미리 복수의 여론조사를 돌린 뒤 원하는 값이 나오는 결과의 표본으로 공표용 여론조사를 다시 돌리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판세를 분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이른바 ‘작업용 여론조사’로 의심되는 행태가 적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가중치를 부풀리는 일반적인 여론조사 왜곡 수법을 넘어 특정 결과에 유리한 표본들을 사전에 확보해뒀다가 원하는 결과 값을 유도하는 건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며 “여론조사의 진입장벽을 높여 무분별한 업체의 난립을 막고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된 업체는 영구 퇴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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