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융합 교육 시작되면 교사 역할 변화 피할 수 없어"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인터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던 교사들은 사회적·질적 역할 변화를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난 15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태재미래교육포럼에서 만난 이리나 보코바(72)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교육의 미래: 사라지는 것과 생겨나는 것’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그는 교육 현장을 매섭게 파고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해 교사의 역할이 가장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발달한 AI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며 학생 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춘 개인 지도까지 가능해진다면, 교사의 역할이 그만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만 해도 당장 내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보코바 총장은 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도구에 그칠 뿐 교사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봤다. AI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단순 업무와 암기 등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창의성과 사회적 교류 등 보다 인간적인 일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보코바 총장은 “결국은 교사는 지식 전달보단 감성지능과 비판적 사고, 경청, 갈등 해결, 공감, 문화적 다양성과 같은 소프트 스킬(정서적 소통 기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게 될 것”이라며 “AI 융합 교육 시대가 펼쳐질 때 교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개인 교육이 쉬워지더라도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 학교 같이 초·중등 교육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유지돼야만 한다고 했다.
교사의 역할 변화와 함께 예견한 또 다른 변화는 평생교육의 활성화다. AI는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래 직업 생태계가 바뀌면 직업인을 키워내는 교육 시스템 역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노동기구는 AI로 약 8300만 개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근로자 기술의 44%가 앞으로 5년 안에 파괴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코바 총장은 “동시에 AI로 향후 5년 내에 690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오늘날 근로자의 60%가 194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에 종사 중인 걸 감안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 체계가 크게 바뀌는 만큼 대학을 졸업한 성인들을 재교육시키는 평생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코바 총장이 AI 융합 교육이 일으킬 부작용 중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세대 간 격차와 갈등이었다. AI 기술과 그로 인한 정보 접근성에서 세대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고, AI 개발자 직군이 주로 40대 남성에 몰려 있는 만큼 AI 모델 엔진과 이를 이용해 만드는 교육 콘텐츠에도 어떤 편향성이 담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교육 현장에 도입하려는 여러 AI 기술들은 아직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밟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증기관도 없다”며 “자칫 인간의 편향성을 강화하고 사회를 분열시킬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코바 총장은 불가리아 외무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 2009년 여성으로는 처음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선출돼 2017년까지 역임했다. 총장 재직 시절에는 유엔의 2030지속가능발전목표(SDG) 채택을 위한 활동에 적극 기여했고 특히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인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위해 힘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반기문 세계 시민 센터의 이사회 이사이자, 코스타리카에 있는 유엔 평화 대학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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