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소 35억배럴”…해외 메이저 앞에서 겸손해진 ‘대왕고래’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어림없는 이야기 할 수 없었을 것”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로드쇼(사업설명회) 자료에 탐사자원량을 최소 수치(35억배럴)만 명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최대치(140억배럴)를 강조하다 해외에서 최소치만 언급한 건 최대치가 현실성이 떨어지고,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지난 7월과 지난달 두 차례 미국 휴스턴에서 주요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었다.
석유공사는 로드쇼에서 2장으로 구성된 ‘사업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첫 장에는 울릉분지(8광구, 6-1광구 북부와 중·동부)의 개요·탐사 현황 등과 함께 왜 투자해야 하는지 ‘핵심 투자 참고사항’을 담았다. 다음 장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픽 자료 등을 첨부했다.
핵심 투자 참고사항 중 탐사자원량으로 ‘> 3.5 BBOE’(최소 35억배럴 초과)라고 표기했다. 탐사자원량은 탄성파 등 물리 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추정량으로, 유전 탐사에서 석유 유무와 별개로 가장 큰 범위의 자원량이다.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은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알려져 있다.
애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 최대치를 강조했다. 지난 6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브리핑을 열어 최대치인 140억배럴만 언급했고, 브리핑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원량 가치가)삼성전자 시총(시가총액)의 5배”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 안팎에서 탐사 시추 전 단계에서 최대치만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와 석유공사는 7월 말부터 탐사자원량으로 ‘중간값’ 74억배럴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안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원량을 부풀렸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최댓값, 최솟값 얘기를 하니까 일반인 국민들께서 이해를 못 하실까봐 대통령께서도 이걸 좀 더 확률이 높은 중간값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논의가 많아서 (중간값으로 이야기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정부나 석유공사가 처음 강조한 최대치 언급을 피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져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 탐사에 정통한 한 인사는 “탐사자원량 최대치 의미는 최대치보다 많을 확률이 10%, 적을 확률이 90%라는 이야기로 십중팔구 최대치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예측치에 불과한 탐사자원량 최대치를 대통령이 발표했지만, 해외 로드쇼에서는 석유공사가 자기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그런 어림없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러 국책사업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홍보성 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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