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노아만큼, 강태주도 간절했다[인터뷰]

장정윤 기자 2024. 10. 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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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주. UL 엔터테인먼트.



‘파친코 2’의 강태주는 자신이 연기한 ‘노아’처럼 과거 와세다 대학을 희망했던 학생이었다.

“전 사실 영어보다 일본어가 더 편해요.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JLPT 1급도 땄거든요. 다른 배우들보다 더 오래 공부했으니 대사를 뱉을 때도 디테일하게 전달하려고 했죠. 배우로서 목표 중 하나가 일본어로 연기하는 건데 ‘파친코’를 통해 선보일 수 있어 감사했어요.”

최근 스포츠경향은 Apple TV ‘파친코 2’에 출연한 강태주를 만났다. 강태주는 주인공 선자(김민하)의 첫째 아들이자,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의 기대를 받는 인재 ‘노아’ 역을 맡았다.

강태주는 유학 경험 없이 일본어 특기자로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 당시엔 배우가 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강태주. UL 엔터테인먼트.



“광고·마케팅 계열로 취업하고자 관련 대외활동을 하던 중 모델 제의를 받게 됐어요. 촬영에 몇 번 임하다 보니 ‘나 이런 일을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군대에서 진로 고민이 많았는데 나를 표현하는 일에 희열을 느끼고 있단 걸 깨달았죠. 근데 모델로는 한계가 있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막연히 연기가 좋았고, 연기로 얻는 성취감은 그간 상을 타고 자격증에 땄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어요.”

하지만 막연함의 대가는 처참했다. 2020년 데뷔한 강태주는 지난해 첫 영화 주연작 ‘귀공자’를 만나기 전까진 낙방의 연속이었다.

“당시 27살이었는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이었어요. 오디션을 보면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지기 일쑤였죠. 주위 동료 형·누나들이 30대 초반이 되니 연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더라고요. ‘슬슬 다른 걸 준비해야 하나’ 생각할 때 ‘귀공자’에 캐스팅됐죠.”

‘귀공자’으로 전화위복을 기대했지만, 이후 1년간의 공백이 이어졌다. 강태주가 ‘파친코’를 놓칠 수 없던 이유다. 강태주는 3개월에 걸친 오디션과 다른 배우들과의 합을 보는 케미스트리 리딩까지 통과해 노아 역을 맡게 됐다.

강태주. UL 엔터테인먼트.



“오디션 당시 대본을 받았는데, 원작 소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없는 거예요. 예상과 다른 부분이라 ‘어떡하지’ 싶더라고요. 하지만 얼마 후에 제가 생각한 장면 역시 주셨어요. 면접장에서 예상 질문을 만난 듯 그간 준비한 걸 쏟아냈어요. 수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이 역할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노아’가 처음이에요.”

오디션 당시 그가 준비한 장면은 ‘한수(이민호)가 친부라는 걸 알고 나서 폭주하는 노아의 모습’이다. 이 장면, 촬영 당시 어땠을까.

“감정 소모가 많은 장면이라 힘에 부치더라고요. 욕심이 과했는지 처음엔 준비한 대로 나오지도 않았고요. 그때 감독님이 ‘네가 준비한 건 지우고 이 상황에 집중해봐’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촬영이 끝난 후엔 눈물이 쏟아졌어요.”

북받친 감정에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해진 눈물이었다. 그런 강태주를 이민호는 ‘고생했다’며 안아줬다.

“촬영 후에도 형(이민호)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배우끼리 서로 통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형과 공유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당시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 ‘이래서 연기하나 보다’ 싶더라고요(웃음).”

강태주. UL 엔터테인먼트.



촬영장 밖의 이민호는 ‘좋은 형’이 돼주었다.

“현장에선 카리스마 있는 선배지만 쉴 땐 컨디션을 물어보기도, 장난을 치기도 하셨죠. ‘상속자들’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10대를 보낸 제겐 완전히 연예인인데 (이민호가) ‘내 아빠라니’ 너무 좋더라고요.”

모친 선자 역의 김민하와는 95년생 동갑내기다.

“현장에선 존댓말을 써야 하나 고민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모자간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어요. 나중엔 눈만 봐도 눈물이 났죠.”

강태주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일까.

“‘파친코’를 통해 ‘계속 배우를 해도 되겠구나’ 확신하게 됐어요. 그래서 시즌 3을 한다면 더 재미있게, 더 외롭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또 외국어로 연기하고 싶단 꿈을 이뤘어요. 배두나 선배님처럼 외국인이 아니라 그 외국어 자체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오늘도 오전에 일본어 회화 수업을 들었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언어 공부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한편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당시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조선인들의 삶과 꿈을 그려낸 드라마로, 2022년 3월 시즌 1이 공개, 지난 11일 시즌 2가 완결됐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yunsu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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