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비용 대비 효과 적다”는 환경부의 ‘눈속임’
‘과다 합산’ 해놓고 단순 재활용 가치와 비교
Q. 일회용컵 보증금제, 비용 많이 들고 효과 적다? 정말 그럴까?
A. 말 많고 탈 많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최근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전국 확대 시행을 사실상 중단하고 대안으로 ‘무상제공 금지’(유상판매)를 추진하기 위해 “소상공인·업계가 국회 대상으로 문제 제기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여론전’ 계획이 담긴 환경부 내부 문건이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문건을 처음 봤다”, “(일회용컵) 무상 (판매) 금지는 현재 킬 됐다(후보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문건에서 환경부는 “비용 대비 효과, 효율성 등 제도 한계”가 확인됐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댔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정말 문제가 있는 정책일까요?
문건을 보면 선도지역인 제주와 세종의 시범사업 결과 매장, 수집·운반 업자 지원 비용이 개당 58~130원인 반면 일회용컵 재활용 가치는 개당 4.4~5.2원에 불과해 비용이 과다하다고 나옵니다. 비용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간 걸까요?
‘부대비용’, 지원금까지 과다 합산
시범사업이라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비용과, 사업자 불만을 잠재우려 지원한 비용까지 과다하게 합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초기 수집·운반비를 주 1회 방문해 매장당 500~1천개의 컵을 수거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때 표준컵은 개당 4원, 비표준컵은 개당 10원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해보니 사업자의 요구로 수거를 주 3회나 했고, 참여 매장이 많지 않아 매장 간 이동거리도 늘었습니다.
지원 비용에는 또 라벨 비용(6.99원), 처리지원금(4원), 보증금 카드수수료(6원)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는 시범사업의 안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는 경우엔 필요한 비용이 아닌 것이죠. 특히 다른 매장에서 사용한 컵을 반환할 때 주는 ‘교차반환 인센티브’(50원)는 지난해 11월 환경부의 전국 시행 철회 시사 이후 제주와 세종 사업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급한 지원금 성격이 강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읍소하는 형태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자의 모든 불평불만을 돈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비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라며 “환경부가 비용을 키워놓곤 ‘비용이 높아서 안 된다’고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용과 가치의 단순 비교, 바람직한가?
여기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비용을 단순 재활용 가치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목적은 회수·재활용뿐 아니라 일회용컵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도 설계에 참여한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효과성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청소 행정에서 감소되는 비용, 소각 감량에 따른 사회적 편익, 사용 억제를 통해 줄어든 플라스틱의 양 모두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문건에서 대안으로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와 보증금제 자율 추진을 내놓았습니다. “비닐봉투 등 기존 무상제공 금지 시행 사례를 참고할 때, 판매자 반발은 적고(매출 기여), 제도 초기 소비자 반발은 예상되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면서요.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일회용컵의 판매 가격이 어느 수준으로 형성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죠. 제도 수용도를 높이려 컵 가격을 50~100원의 낮은 수준으로 형성할 경우 감량 효과는 미미한데 소비자 부담만 키운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행 보증금제의 보증금 수준인 300원 혹은 그 이상으로 하는 경우 감량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강한 반발과 판매자의 부당수입 증가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300원을 돌려줌으로써 소비자 부담을 상쇄하고 판매자 부당수입 문제도 없는 보증금제가 더 합리적일 수 있는 것이죠.
보증금제와 유상판매, 병행할 순 없나?
환경부가 진정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유상판매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홍 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100곳 이상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매장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소규모 카페들까지 적용할 수 없는 현실성을 감안해 이들에겐 일회용컵을 유상판매하게 해 전반적인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보증금 카페는 반환과 처리 부담까지 하는 데 반해, 유상판매 카페는 오히려 컵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세금 등의 수단을 통해 형평성을 맞출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돼 애초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제주·세종에서만 시범사업을 했고 지난해 11월 전국 확대 철회를 시사했죠.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내년 12월까지 나머지 지역 시행시기를 유예했는데요, 그에 앞선 지난해 8월 감사원은 공익감사를 통해 “자원재활용법 개정 취지에 맞게 컵 보증금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앞으로 환경부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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