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래퍼 '수니와칠공주' 마지막 완전체 공연…"하늘서 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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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장례식장.
이곳에는 경북 칠곡군의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중 한 명인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 8명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이다.
빈소에 들어선 할머니들은 멤버이자 서 할머니의 절친한 친구인 이필선 할머니가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참아왔던 울음을 이내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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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무석이 빠지만 랩이 아니지…"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장례식장.
이곳에는 경북 칠곡군의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중 한 명인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 8명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이다.
멤버 7명은 서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 들어선 할머니들은 멤버이자 서 할머니의 절친한 친구인 이필선 할머니가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참아왔던 울음을 이내 터뜨렸다.
공책에 한 자 한 자 직접 편지를 써온 이 할머니는 침침한 눈으로 친구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는 "아프단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가버리니 좋더나.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랩을 많이 부르고 있거라. 벌써 보고 싶다"며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이어 멤버들은 서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쳤다.
그들은 영정사진 속 환히 웃는 서 할머니의 복장과 똑같이 맞춰 입고 왔다. '수니와칠공주'가 적힌 검은색 단체복과 모자, 목걸이를 착용했다.
멤버들은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준비해온 단체 안무와 함께 랩 공연을 펼쳤다.
할머니들은 눈을 감으며 랩을 읊조리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 할머니와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가졌다.
가사에는 80년이 넘은 세월 속 배우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려있던 그들의 애환이 담겨있었다.
빈소에서 펼쳐진 10분 남짓한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서 할머니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주간 개막식' 공연을 마친 뒤 내려오는 차량에서 "독창을 하겠다"며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정우정 강사는 "서 할머니가 '내가 너무 좋은데 한곡조 할 테니까 들어볼래'라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의 딸 전경숙 씨는 "엄마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랩을 통해 억눌려있던 끼를 마음껏 펼치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서 할머니는 림프종 혈액암 3기를 앓아오다가 지난 15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올해 초 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좋아하는 랩 공연을 위해 가족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수니와칠공주는 멤버를 충원해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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