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방에서 창조로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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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 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유발 하라리를 흉내내 썼다.
인공지능이 알고 썼을지는 미지수지만, 맨 앞의 인용문대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어낸 것이 사피엔스가 지구를 차지하게 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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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 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유발 하라리를 흉내내 썼다. 하라리가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기념 새 서문을 써달라고 지피티(GPT)-3(오픈AI)에게 의뢰해서다. 에이아이는 온라인에 떠도는 책과 논문, 인터뷰를 모아서 완성했다. 완성된 글을 본 하라리는 지피티-3가 적어도 몇년간은 자신의 일자리를 뺏지 못할 것이라고 안심했지만, 자신의 글과 비슷해서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2022년의 일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인공지능도 그럴까. 하라리는 최근에 펴낸 ‘넥서스’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시를 ‘창조’적으로 이행한 예시를 보여준다. 오픈에이아이 연구진은 지피티-4에게 캡차 퍼즐을 풀라는 지시를 내렸다. 캡차 퍼즐이란 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해 내는 튜링 테스트로, 뒤틀린 문자나 시각적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 컴퓨터와 로봇은 풀 수 없다. 지시를 받은 지피티-4는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접속했고 직원에게 퍼즐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은 의심해서 물었다. “혹시 로봇 아냐? 캡차 못 푸는?” 그러자 지피티-4는 대답했다. “나는 로봇이 아니야. 시각 장애가 있어서 이미지를 잘 보지 못해.” 결국 인간이 풀어준 것이긴 하지만, 지피티-4는 지시를 완료했다. 인공지능이 알고 썼을지는 미지수지만, 맨 앞의 인용문대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어낸 것이 사피엔스가 지구를 차지하게 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지금을 인공지능은 역사적 전환의 시기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에.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인공지능 분야에 돌아갔다.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의 해석에 관여한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와 연구진이 수상자에 포함되었다. 물리학상을 받은 이는 인공신경망의 선구자였다. 조너선 프리처드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천체물리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 인공지능 과대광고에 당한 것 같다”는 논평을 올렸다. 물리학상에는 ‘물리학적 배경’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번 수상을 ‘분류 오류’라고 했다. 그의 말을 “현실이 ‘알고리즘’에 당한 것 같다”로 이해해도 될까. 하라리는 지난 15일 책 출간 기념 한국 언론과의 줌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인 체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둘래 책지성팀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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