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졌던 '대북제재 CCTV'…11개국 힘 모아 반년만에 다시 켰다

김지연 2024. 10. 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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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전문가패널' 러 훼방에 올해 4월 활동 종료…한미일 주도 새 감시체제 출범
'유엔 마크' 사라지고 중·러 불참…참여국 지평 확대 과제
한미일 등 11개국 "대북제재 다국적 감시기구 설립"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대북제재 관련 대외 발표를 하고 있다. 한미일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1개국이 참가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이 출범한다. MSMT 참여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및 회피 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2024.10.16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어깃장으로 해체된 유엔 대북제재 감시탑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한미일 등 대북제재 이행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고육지책으로 자체 감시체제를 발족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북제재 위반을 적발해 보고하는 활동을 위해 11개국이 모인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참여국은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MSMT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창설됐다가 없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대체재' 격으로, 기존 패널과 달리 유사입장국끼리 단합해 유엔 울타리 밖에서 활동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 등 안보리 결의 위반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체제 공백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요국들의 인식과 의지가 MSMT 출범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유엔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을 조사하고 정기 보고서를 펴내거나 제재 이행 권고를 내놓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비토권을 쥔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지난 4월말 활동을 종료했다.

이날 출범한 MSMT도 과거 패널과 유사하게 대북제재 위반·회피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패널은 연간 2차례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MSMT는 정례 보고서와 함께 이슈·분야별로 별도의 상세 보고서를 수시로 발간하는 것도 검토 중이어서 보고서 발간 횟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발간된 MSMT 보고서는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내에서 회람하고 안보리에서 공개 브리핑을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미일 등 11개국 "대북제재 다국적 감시기구 설립"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대북제재 관련 대외 발표를 하고 있다. 한미일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1개국이 참가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이 출범한다. MSMT 참여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및 회피 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왼쪽부터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김홍균 차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 외무성 사무차관. 2024.10.16 [공동 취재] superdoo82@yna.co.kr

정부는 미국·일본 등과 함께 패널의 역할을 대체할 체제를 만들기 위해 유엔 내부 메커니즘부터 우방국 중심의 유엔 외부 기구까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는 사이 북한이 대북제재를 어기는 상황이 계속되자 신속한 대체재 마련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유엔 외부에 메커니즘을 설립하자는 데 주요국 의견이 모아졌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진영대립 양상을 보이고 절차상 시간이 필요한 데다 불확실성이 따르는 유엔 시스템 대신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우방국 중심의 자체 메커니즘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MSMT는 패널 활동을 제약하기도 했던 안보리 내 역학관계에서 자유롭고 기존 보고 주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 패널 보고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북제재 이행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러시아와 중국이 없는 만큼 제재 위반 사항을 가감 없이 보고서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유엔 마크'가 사라지면서 공신력이 떨어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빠진 채 운영되면서 영향력은 과거 패널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유엔 패널에 적시된 제재 위반에 대한 시정 권고도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북제재를 상시로 위반해온 러시아와 중국이 그들을 배제한 안보리 외부 메커니즘의 정당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 노골적으로 대북제재를 무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연합체 형성 과정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와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1개국인 참여국의 확대도 과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많이 참여할수록 의미가 커지며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국가들이 들어오느냐"라며 대북제재 위반 경로에 있는 제3국 등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교부는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모든 국가의 참여에 열려 있다"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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