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난데스는 써보지도 못하고···PO에서 현실이 돼버린, 염갈량이 가장 피하고 싶던 시나리오

김은진 기자 2024. 10. 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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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에르난데스가 8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말을 끝낸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염경엽 LG 감독은 KT와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인 이달초,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를 가을 불펜 전략의 핵심이라고 짚으며 “마무리도 고민했지만 중간에 기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LG 마무리는 유영찬이다. 그러나 마무리 1년차에 가을야구 경험도 적고 경기별로 불안감이 있었다. 유영찬을 앞으로 당기고 가장 구위가 좋은 에르난데스를 통해 가을야구 뒷문을 확실하게 닫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마무리로 기용했다가는 아예 써 보지도 못하고 경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기에 염경엽 감독은 에르난데스-김진성-유영찬 순으로 필승조가 나가는 게 최상이라고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에르난데스는 결국 맨뒤로 갔다. 마무리 유영찬이 부친상으로 등판하지 못해서, 휴식하려고 빼놨더니 유영찬이 9회말 유영찬이 추격 홈런을 맞아서, 뒤지다 갑자기 8회 동점을 만들어서 등의 사유로 에르난데스는 기존 필승조보다 뒤로 갔고 결국 5차전까지 전경기에 등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에르난데스 없이는 ‘승부’ 자체가 어려운 LG 불펜 현실이 드러났다. 이어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아예 에르난데스가 등판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

LG 에르난데스가 11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를 마무리지은 뒤 포수 박동원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르난데스는 앞설 때 혹은 최소한 동점 상황은 돼야 출격시킬 수 있는 필승카드다. 그러나 LG는 삼성을 만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는 4-10, 2차전에서는 5-10으로 크게 졌다.

1차전에선 선발 최원태가 3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물러나 5회말에 이미 1-7로 뒤졌고, 7회초 3점을 보태 쫓아가려 하자 계투들이 8회까지 3점을 더 주며 계속 끌려갔다. 1-5로 뒤지면서도 선발 바로 뒤에 필승계투조인 유영찬, 김진성을 투입했던 LG는 이후로는 패전조를 투입, 이날 중간 투수만 8명을 투입하고 졌다.

2차전에도 LG는 에르난데스를 마운드에 세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발 손주영이 4.1이닝을 던진 뒤 1-3에서 5회말 1사 1루 마운드를 내려가자 유영찬이 등판했지만 김헌곤에게 2점 홈런을 헌납했다. 이후 함덕주, 김진성, 김유영, 백승현, 정우영 등이 차례로 등판했지만 5회부터 4이닝 연속 실점 하면서 승기를 내줬다.

LG는 1·2차전을 같은 패턴으로 졌다. 선발을 5회 전에 일찍 교체하고 3~4점 차 뒤지고 있어도 필승조인 유영찬과 김진성을 조기 투입한 것은 LG 특유의 타격을 기대하며 어떻게든 추가 실점하지 않고 승부를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김진성이, 2차전에서는 유영찬이 결정타를 맞으면서 LG는 올시즌 불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



가을야구 시작 이후, 에르난데스가 등판하지 않고 LG가 이긴 경기는 없다. 준플레이오프 전경기 등판했던 에르난데스는 11일 5차전 이후 닷새를 충분히 쉬었다. 꼭 이겨야 하는 LG의 17일 3차전에는 에르난데스가 반드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총력전인만큼 에르난데스 활용법은 달라질 수도 있다. 중간에 셋업으로 등판할 때는 2이닝까지만 던지게 하는 것이 염 감독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벼랑 끝 승부에서는 확실하게 승부를 봐야 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유일하게 선발로서 믿을만한 투구를 보여준 임찬규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같은 호투로 승부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주면 에르난데스가 멀티이닝으로 쐐기를 박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가을야구 첫 단계에서 KT를 만나 격전을 벌이면서 그 활용법은 계획과 많이 달라졌지만, 에르난데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결국 등장 여부만으로도 LG의 희비를 가르는 핵심 카드가 됐다. 3차전의 LG는 에르난데스가 등판해야 이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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