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했는데···국민의힘 “대선 때 캠프 모두 명태균 관련 업체 계약 안해”
국민의힘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명태균씨와 관련된 업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해 16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4개 (캠프) 다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어 돈을 지불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명씨 관련 업체가 비공식적인 의뢰를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대가가 비공식적으로 지불됐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당원명부가 어떻게 유출됐느냐도 쟁점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씨가 자문으로 있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와 관련한 당의 자체조사 상황을 공유했다. 앞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 및 당원 56만8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유출 경위와 특정 캠프와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 총장에 따르면 2021년 10월 4곳의 대선캠프 중 어느 곳도 미래한국연구소나 여론조사업체인 PNR(피플네트웍스)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한 적이 없다. 서 총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에 참여한 사람들이 회계 보고한 자료를 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공식 계약이 없었다”며 “만약 그게(공식계약) 있다면 오히려 (여론조사를 한 것이) 더 정당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의뢰를 했는데 돈이 안 빠져나갔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공식 계약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현재 남은 쟁점은 캠프 차원의 의뢰나 결과보고가 있었는지, 당원명부를 누가 유출했는지, 대가가 지불됐는지 여부 등이다. 국민의힘은 2021년 10월8일 본경선 진출자 4인(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이 결정되고 일주일 뒤인 10월15일 각 캠프에 당원명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이 확보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그로부터 4일 뒤인 10월19~20일, 10월21일 총 2회에 걸쳐 국민의힘 당원 11만7829명, 13만9156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의뢰 여부, 명부 유출과 관련해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측 관계자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는 지난 1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미래한국연구소) 영업을 좀 도와줬는데 홍준표 대표 쪽에서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를 했다”며 “그래서 저는 거기에 그냥 연결만 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홍 시장은 지난 14일 SNS에서 “얼마 전까지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그만두고 대구시 서울사무소에 대외협력팀장으로 최근 영입된 마산 출신 최모씨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자발적으로 우리를 돕기 위해 자비로 우리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을 자복해 즉각 사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캠프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의뢰 여부와 무관하게 여론조사 결과가 캠프에 보고됐는지도 관건이다. 홍 시장 캠프뿐 아니라 윤 대통령 캠프 등 다른 캠프에 반복적으로 보고가 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거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선거 시기에 보고 받았다면 명백하게 경제적 이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과 관련이 없는 한동훈 지도부는 적극적인 조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친한동훈계에서는 의혹 관련자들이 잠재적 대선 경쟁자라는 점, 한 대표의 쇄신 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조사에 부담이 없다고 보고 있다. 서 총장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당무감사로 넘겨서 조사하고 당무감사에서 수사가 필요하다 하면 고발하면 된다”며 “(명씨 출석 요구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모든 대선 캠프를 대상으로 조사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캠프에서 누가 담당했느냐, (당원명부를) USB에 담을 때 사인한 사람들과 전화 접촉은 일단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명씨를 두고는 “일반 당원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징계 여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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