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구역 설정’ 김동연, 지구 반바퀴 돌아 15시간 만에 워싱턴DC서 회담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10. 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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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미주개발은행 총재와 교류협력 논의로 방미 일정 시작
‘경기도-IDB-중남미’ 삼각 경제협력에 공감대…실무협의체 구성
고우드파잉 총재, 디지털전환·기후테크 外 청년교류 사업에 관심
쏘아 올린 경제구상, 실현 가능성에 주목…‘첫 단추 어떻게 끼우나’
취임 3년차 ‘초보 정치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투자유치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5∼21일 도정(道政) 세 번째 방미길에 올랐습니다. 도내 22개 스타트업 관계자와 동행한 그는 ‘NYC 스타트업 서밋’에 참가해 개회사를 합니다. ‘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김 지사가 내전(內戰)에 맞먹는 美 대선에서 공화·민주당 실세인 버지니아·뉴욕주지사와 만나는 것도 관심사입니다.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관식’을 도운 두 실력자를 만나 국제협력과 정치연대의 기회를 모색합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으러 지구 반바퀴를 돌아 미국행(行)에 나선 그를 <경기유랑>이 동행취재합니다.
 
#1.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비행기 이륙을 불과 30여분 남기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5박7일간의 미국 방문길을 앞둔 김 지사는 밝은 표정이었다. 동행한 도 관계자는 “전날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에 대한 ‘위험구역’ 설정을 결정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도 차원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위험구역 설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험구역은 설정은 전임 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6월 처음 결정한 뒤 이번이 두 번째이다.
 
#2. “이곳 워싱턴DC의 세계은행(WB·World Bank)에서 3년간 근무했습니다.” 15일(이하 현지 시간·한국과 미국은 13시간 시차) 일랑 고우드파잉 미주개발은행(IDB·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총재를 만난 김 지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고우드파잉 총재의 집무실에 걸린 축구황제 펠레의 유니폼에 관심을 표명한 뒤 과거 WB 근무 시절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WB의 양대 기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에서 2002년부터 3년간 선임정책관으로 일했다. ‘국가대표’ 경제관료로 세계 경제의 균형과 발전에 일조한 셈이다. 17년 전에는 IDB 초청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을 방문해 펠레의 친필 사인 유니폼이 담긴 액자 앞에서 일랑 고우드파잉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취임 이후 세 번째 방미길에 오른 김동연 지사는 이날 고우드파잉 IDB 총재와 만나 이처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문(15~21일) 기간에는 버지니아주와 뉴욕주 등 미국 동부지역을 찾아 도내 22개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 진출 지원,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에 나선다.

워싱턴DC에 본사가 있는 IDB는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경제·사회개발을 위해 1959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등 26개 역내국과 미국·영국·독일 등 22개 역외국이 참여 중인데, 1979년 미주 이외의 나라에 문호가 개방된 뒤 한국은 2005년 역외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가맹국 간 무역 확대와 개발정책의 조화를 위한 협력, 공공 및 민간자본의 투자 촉진, 재원 조달이 어려운 민간부문의 투자활동 보완 등이 IDB의 주요 사업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세 번째) 등 경기도 대표단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을 방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날 만남은 반도체·바이오·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강점을 지닌 경기도가 IDB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IDB가 중점적으로 투자를 진행 중인 디지털 경제와 기후테크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김 지사는 평소 조예가 깊은 스포츠 분야에서 화두를 끄집어냈다. 고우드파잉 총재의 집무실에 걸린 펠레의 사인이 담긴 티셔츠를 가리키며 “진짜 펠레의 사인이 맞느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고우드파잉 총재는 “펠레가 IDB를 방문해 강연을 한 뒤 남기고 간 역사적인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브라질 출신의 고우드파잉 총재는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워싱턴 모뉴먼트(기념탑)가 15일(현지 시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55피트(169m) 높이의 기념탑 옆에는 미의회 의사당이 자리한다. 워싱턴=오상도 기자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한·중남미 비즈서밋에 다녀왔다”며 대화를 이어갔고, 김 지사는 “작년에 네이버도 다녀가셨다고 들었는데 네이버가 바로 경기도에 있다.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어색함을 푼 두 사람은 대화를 경제협력으로 이어갔다. 경기도와 IDB 간 실무협의체 구성을 위한 대화 채널 지정에 합의했고, 청년 교류사업까지 대화의 주제를 넓혔다. ‘경기도-IDB-중남미’ 삼자 간 경제협력 구상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경기도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에서 일랑 고우드파잉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으로 고우드파잉 총재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원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인데 옛 관사인 도담소에서 만찬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고, 고우드파잉 총재는 “한식을 아주 좋아한다”며 기꺼이 수락했다.

워싱턴=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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