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바이러스 '중간 수치'가 간암 위험 가장 커" 학계 뒤흔든 국내연구진
서울아산병원 B형간염 환자 7천 명 분석
'간염 바이러스 수치' 새 암 지표 제시해
국내 연구진이 간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다는 사실을 다국적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만약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향후 15년간 4만명의 간암 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 연구팀은 앞서 2020년 서울아산병원의 환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행연구를 통해 간경화가 전혀 없고 간 수치(ALT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정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서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00만 단위(6 log10 IU/㎖ ) 근처일 때 간암 발생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중간 수준'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절반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높은 위험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간암 발생 위험과 간염 바이러스 수치는 큰 연관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고, 이보다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해 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위험이 비선형적인 포물선 관계를 그린다는 사실을 밝혀내 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연구팀은 우선 우리나라에서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 B형간염 환자 6949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간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reREACH-B·Revised REACH-B)을 개발했다. 환자의 혈중 바이러스 수치 외에도 연령, 성별, 혈소판 수, 간수치, B형간염 항원 양성 여부 등 총 6개의 간암 발생 주요 지표를 포함했다.
이후 대만과 홍콩, 한국에서 동일한 조건의 만성 B형간염 환자 7429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실시했더니 평균 10년 이상의 추적 기간 간암이 우리나라 환자군에서는 435건, 해외 환자군에서는 467건 발생했다. 간암 발생 위험도는 두 환자군 모두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6 log10 IU/mL) 정도일 때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연구와 동일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에 더해 간염 바이러스 치료 여부, 치료 성적 등을 고려해 간암 발생률을 예측한 결과 '간암 예측모델'을 적용할 경우 향후 15년간 4만여명이 간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매년 1만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하지만 간암의 주원인인 B형간염의 치료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간염 환자의 20%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B형간염 치료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지만,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이번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한 것"이라며 "그동안 근거가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내과의사협회 공식 저널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 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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