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무릎 인대 손상' 투혼의 구자욱, 너무 가혹하다…박진만도 걱정 "무릎 통증 많이 느껴"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기고도 흥이 나지 않는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LG 트윈스에 연달아 압승을 거두고도 웃지 못했다. 주장 구자욱의 부상 탓이다. 구자욱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섰다가 다리를 절뚝이며 교체됐다.
구자욱은 0-1로 뒤진 1회말 2사 후 우익수 오른쪽 안타로 출루한 뒤 다음 르윈 디아즈 타석에서 2루를 훔칠 때 슬라이딩을 잘못했는데, 이때 왼무릎을 다쳤다. 구자욱은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일단 그라운드에 남아 주루를 이어 갔는데, 디아즈의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에 득점할 때 다리를 절뚝이며 전력질주를 하지 못했다. 1-1 균형을 맞추는 삼성의 선취점은 뽑았으나 구자욱은 결국 2회초 수비를 앞두고 이성규와 교체됐다.
삼성은 구자욱의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길 바랐는데, 병원 검진 결과 17일과 18일 LG 홈인 잠실에서 열리는 3, 4차전에는 출전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다.
삼성 관계자는 "대구 SM영상의학과의원 MRI 검사 결과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소견이다. 3, 4차전은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사실 1차전에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 13일 치른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에 10-4 승리를 안겼다. 구자욱은 1차전 MVP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 타선을 뜨겁게 달군 주역이었는데, 경기 직후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 알고 보니 두통을 참고 경기에 나섰다.
박 감독은 "경기를 끝나고 구자욱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구자욱은 분위기 메이커라 평소에도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는데, 오늘은 표정이 좋지 않더라. 안 좋은 컨디션을 감추고 뛰었던 것 같다. 몸이 아픈 데도 잘해줬다. 주장다웠다"며 주장의 책임감에 박수를 보냈다.
구자욱은 하루 뒤 진행한 MVP 인터뷰에서 "기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다. 두통이 있었다. 그래도 몸 상태와 경기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래도 편두통이 있는 편이다. 감기보다는 두통에 가까웠다. 눈 주변과 머리가 아팠다. 외야 수비할 때도 어지러웠다. 표정도 안 좋았다더라. 하지만 팀에 피해를 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본인의 컨디션이 팀 전력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했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구자욱은 2경기 연속 투혼을 펼친 뒤 전력에서 최소 2경기는 이탈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였다. 박 감독도 이번만큼은 마냥 구자욱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기 어려웠다. 구자욱은 선수단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팀 타선의 핵심이기 때문.
박 감독은 "이기고도 흥이 나지 않는다. 주축 선수인 구자욱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으로 봐서는 플레이오프 3~4차전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자욱이 무릎에 통증을 많이 느끼고 있어서 일단 하루 정도 지나야 정확한 복귀 가능 날짜가 나올 것 같다. 플레이오프 5차전 출전 여부는 미리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내일(16일)쯤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취재진에 답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선수들은 구자욱의 이탈에 당장 흔들리진 않았다. 김헌곤과 디아즈, 김영웅이 홈런 5개를 합작하며 10-5 대승을 이끌었다. 김헌곤은 4타수 3안타(2홈런) 4타점, 디아즈는 4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구자욱의 빈자리를 말끔히 채워줬다.
그래도 구자욱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진다. 김헌곤은 "구자욱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라서 부상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한데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은 일단 외야수 플래툰으로 활용하던 좌타자 윤정빈과 우타자 김헌곤을 동시에 투입해 구자욱의 빈자리를 채우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구자욱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도 김헌곤이 좋은 활약을 했고 윤정빈이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며 돌파구를 찾을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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