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출시 연기에 무게… 지수 종목 재선정 여파

문수빈 기자 2024. 10. 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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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지수 리밸런싱 후 상품 상장 관련 운용사 의견 청취
‘리밸런싱 마친 후 ETF 상장’이 현업 부담·투자자 혼동 줄일 수 있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가 당초 예정했던 11월에서 밀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ETF의 기초가 되는 밸류업 지수를 두고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지수 구성 종목을 바꾸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정이 끝난 후에 ETF를 내놓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리밸런싱 완료 전에 ETF가 상장되면 자산운용사의 실무 부담과 투자자 혼란이 불가피하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ETF를 출시하기로 한 주요 자산운용사에 밸류업 지수의 리밸런싱이 끝난 후에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복수의 자산운용사에서 실무의 편리함을 근거로 리밸런싱 이후에 ETF를 출시하는 게 좋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금융투자상품이라 운용상 가장 중요한 것이 지수 구성 종목이다. 기초지수와 괴리율이 커지면 최악의 경우 ETF가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ETF에 그대로 담는다. 지수의 구성 종목이 바뀌면 지수에 새롭게 들어온 종목을 사고, 빠진 종목을 팔아야 한다. 지수가 단기간에 자주 바뀌면 자산운용사로선 일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TF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지수에 특정 종목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ETF를 샀는데, 한 달 만에 해당 종목이 빠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번 리밸런싱은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도 한국거래소가 고려하는 요소다. 밸류업 지수의 정기 리밸런싱은 1년에 1번 이뤄지지만, 이번 리밸런싱은 출시 이후 시장 비판을 수용한 특수 리밸런싱이다. 즉 이번에만 구성 종목이 한 달 만에 바뀔 뿐 이후로는 쭉 1년에 1번씩만 수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수 리밸런싱 전에 한국거래소가 무리해서 밸류업 ETF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9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 및 선정종목 등과 관련한 주요 언론 보도사항에 대해 추가 설명 브리핑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앞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거래소는 12개 자산운용사와 논의 끝에 오는 11월 4일에 밸류업 ETF를 동시에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지수 구성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ETF 출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밸류업 지수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여부만 따졌을 뿐 그 추세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 엔씨소프트와 두산밥캣 등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평가가 많은 종목이 포함됐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SK하이닉스가 특례로 편입된 것 역시 논란을 불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리밸런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선 양태영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리밸런싱 기한을 연내로 한 만큼 12월에야 구체적인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이 확정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를 포함해 총 12개 회사가 밸류업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중 3개사(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만 운용역의 판단이 수익률을 좌우하는 액티브 ETF를 낼 계획이다. 나머지 9개사는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패시브 ETF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12개사의 ETF의 초기 설정액이 총 1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현재로선 1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더 크다. 대형 자산운용사 두 곳이 1000억원 남짓한 크기로 ETF를 준비하고 있고 그 외 중대형 운용사는 300억~500억원 수준으로 ETF 초기 금액을 설정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최적의 상황을 고려해 ETF 출시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

9월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지수다.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일 것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을 것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산업군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가 우수한 상장사 100곳이 포함됐다. 지수 발표 후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라는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비판에 한국거래소는 구성 종목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했고, 최종적으로 이 지수에 포함되는 상장사는 연말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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