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은 머니머신” 9배 높은 ‘100억달러’ 언급하며 방위비 재협상 요구 시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3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한·미 양국이 타결한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지출했을 것”이라며 “그들(한국)은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부유한 나라이므로 방위비 분담금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이자 현금 인출기처럼 자신이 한국에 원하는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이 처음 연간 5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자 “한국은 미치려고 했다”면서 일단 20억달러로 인상하고 이듬해 다시 50억달러를 요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신이 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합의가 뒤집혔다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분담금을 기존보다 5~6배 많은 50억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한·미 간 협상이 표류했다. 결국 초유의 협정 공백 끝에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에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짜를 놓았던 한·미 실무 협상팀의 ‘13% 인상안’ 골자가 유지됐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이달 초 제12차 SMA에서 2026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하고, 2030년까지 5년간 현행 국방비 증가율 대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반영해 매해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도 지난 11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와 달리) 의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는 미국이 대통령 권한에 따라 그럴(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실제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과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협상 성과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들에게 4만명의 병사가 거기에 있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를 들고나와 한국을 압박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 문제를 또다시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재임 시절 한국산 트럭에 관세를 부과한 사실도 거론했다. 그는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그들은 멋진 사람들”이라며 “나는 그들과 매우 잘 지냈는데 그들은 아무것(돈)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에 트럭을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거기에 관세를 부과했다”며 “공정하고 실질적인 관세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안보는 물론 경제 이슈까지 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 폭파에 대해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중국, 여러 곳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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