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골다공증은 만성질환…혈압 관리하듯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평생 관리하려는 인식·노력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골다공증 환자 박 모 씨(59)는 지난 4월 진료받던 병원에서 "골밀도 기준을 초과해 앞으로 처방될 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약값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하나, 고민하던 박 씨는 5월 기쁜 소식을 접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보건복지부가 5월부터 주요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투여 기간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고령화 시대에 국민이 골절 없이 건강한 신체로 큰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골다공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 노력"이라고 호평했다.
16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전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는 골밀도 T-값(골밀도 수치)이 '-2.5 이하'로 골다공증을 진단받은 뒤 약물 치료를 통해 '-2.5'보다 T-값이 높아지면 보험 급여가 중단돼 골다공증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러다 복지부는 5월 골다공증 약물 치료 후 추적 검사에서 T-값이 -2.5 초과 -2.0에 해당하는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최대 2년까지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했다.
골다공증은 노화에 따라 뼈가 약해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갑자기 골절이 생길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완치의 개념이 없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지면 서고 걷는 등의 기본 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골다공증은 골절 전까지 별 증상이 없다. 따라서 골절 전에 미리 골밀도 검사를 통해 뼈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뼈는 일상생활 중 의자에 부딪힘 같은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신체를 지탱하는 척추, 골반, 허벅지 뼈에 골절이 생겨 오랫동안 누워 생활하면 욕창, 혈전증,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신체장애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는 환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경제적 및 심리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골다공증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온몸 모든 부위에서 추가 골절 위험이 최대 10배까지 높아지고 반복될수록 예후가 악화한다. 특히 허벅지 뼈 골절 환자의 20%가 1년 내 사망하는 걸로 알려져, 골다공증 환자는 첫 골절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골다공증을 진단받은 경우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약물 치료로 혈압,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로 안정됐다고 치료를 중단하지 않듯이 골다공증도 평생 치료를 지속하며 골밀도가 낮아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와 국내 치료 지침은 한번 골다공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 후 골밀도 T-값(골밀도 수치)이 일정 수준까지 높아지더라도 임상적으로 골다공증 상태로 정의하고, 골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 꾸준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윤승환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인하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최근에는 본인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목표를 정하고 이에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해 골밀도를 관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매일 약을 먹지 않고 6개월 1회 주사만으로 지속적으로 골밀도를 높이고 골절 위험을 낮추는 데노수맙 같은 효과적인 골다공증 치료제들이 개발돼 있다"며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미루기보다 골절 전에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골대사학회 통계를 보면 국내 골다공증 환자 중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은 3명 중 1명에 불과하며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6개월 만에 치료를 중단하는 등 치료 지속률은 낮은 상황이다.
윤 교수는 "그동안 골밀도가 개선되면 급여가 중단돼 환자들의 꾸준한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올해 5월부터 T-값이 -2.5를 초과하더라도 -2.0 이하까지는 최대 2년까지 추가로 급여 투여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복지부는 치료제 급여 투여 기간 확대에 이어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골다공증 검사 대상을 기존 54세, 66세 여성에 더해 60대 여성 전체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들은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며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윤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들이 치료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골절로부터 안전한 노후를 위해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골밀도 역시 평생 관리하려는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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