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갑질’ 거대 플랫폼, 막을 ‘법’이 없다[경제밥도둑]

김세훈 기자 2024. 10.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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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현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플랫폼-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플랫폼들의 변화를 끌어내기 쉽지 않아서다. 이에 플랫폼의 갑질을 규율할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독과점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은 주요 플랫폼의 자사 우대·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행위를 금지한다.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 5~6곳이 적용 대상이다.

다른 방향은 플랫폼-입점업체 간 불공정거래 문제다. 최근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의 수수료 문제나 티몬·위메프 같은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주기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플랫폼-입점업체 간 분쟁은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공정위가 배달앱·오픈마켓·숙박앱 등 업종별로 자율규제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연장선이다.

자율규제 속 플랫폼 분쟁은 매년 늘어

그러나 플랫폼 분쟁이 매년 늘어나면서 자율규제 기조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분야 분쟁 조정은 지난해 229건에 달했다. 전년도 111건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분쟁은 2017년 12건에 불과했지만 6년 새 2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208건으로 전년도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플랫폼 경제 영역이 넓어지면서 이제 플랫폼을 빼놓고는 경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면서 “유럽 등 해외에서는 플랫폼 불공정문제를 먼저 규율한 뒤 독과점 문제를 규율할 법을 만들었다. 독과점은 규제하는데 불공정문제는 따로 규율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제 흐름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티메프’ 미정산 대금 사태도 자율규제 회의론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가 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율규제를 통해 정산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안 되면 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러다 올해 ‘티메프’ 사태가 터지자 공정위는 정산주기를 규율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공정위가 뒷북 제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런 탓에 플랫폼의 갑을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법)을 발의했다. 입점업체에 수수료나 정산 주기 등에 대한 플랫폼과의 협상권을 주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입점업체와 플랫폼이 수평적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 본사는 가맹점주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지만, 점주의 협상권을 명시해 가맹본사가 대화에 나서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의원은 “가맹사업법상 단체 구성권을 통해 투썸플레이스·파리바게트 등 다양한 곳에서 본사와 점주 간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협상권 부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제도”라고 했다.

김남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플랫폼에 대한 협상권이 보장되면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1대 1로 요구하기 어려웠던 점도 단체로 목소리를 내 개선할 수 있게 된다”며 “플랫폼 입장에서도 입점업체의 요구를 단일화한 창구가 생기는 셈이니 교섭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호주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일본도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협상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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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처럼 불공정 이슈도 규제 필요”

정부가 추진한 상생협의체가 공회전하는 것도 법적 규제에 힘을 싣는다. 공정위는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카카오 등 플랫폼과 입점단체 등으로 이뤄진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회의는 단 두 차례만 열렸다. 회의에서도 서로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상생안 도출을 목표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더 이상 논의가 무의미하다며 협의체 탈퇴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김광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플랫폼 측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면 논의해볼 수 있을 텐데 의견 제시를 아예 안하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이대로라면 협의체는 시간끌기를 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 탈퇴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입장을 바꿔 법적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이 제대로 된 상생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으로 최대 수수료율을 못 박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뉴욕 등 일부 주에서도 이런 배달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다.

김 의원은 “배달앱 우대수수료 제도 등을 규율하려면 ‘독과점’ 이슈가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별개의 법이 필요하다”며 “티메프 사태처럼 플랫폼 관련 문제가 터지면 그때마다 기존 법에 끼워 넣는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 등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방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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