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감독 설 자리가…" 외국인 사령탑이 5명! 개막 앞둔 V리그, 두 남자의 책임감 [양재현장]

김영록 2024. 10.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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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외국인 감독. 오기노 OK저축은행 감독,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블랑코 KB손해보험 코치(왼쪽부터). 사진제공=KOVO

[양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외국인 감독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 그래야 한국 감독들이 설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1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 현장은 예년과 달랐다.

7개팀 중 외국인 사령탑이 5팀이나 된다. 무대 위아래로 감독 5명, 외인 7명의 통역이 함께 오가느라 분주했다. 그 사이에 선 한국 감독들이 오히려 어색해보였다.

지난 시즌 외국인 감독은 토미 틸리카이넨(대한항공) 오기노 마사지(OK저축은행) 2명 뿐이었다. 하지만 챔피언을 두고 격돌한 팀은 바로 그 두 팀이었다.

여기에 최근 항저우아시안게임-파리올림픽을 거치는 동안 겪은 남자배구의 부진 때문일까. 외국인 감독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미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중 사령탑을 경질한 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예고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미겔 리베라 KB손해보험 감독이 차례로 추가됐다. 이어 우리카드마저 시즌 종료 후 신영철 감독 대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선임하면서 순식간에 5명까지 늘어났다.

통역 없이 홀로 마이크를 쥔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이 외로워보일 지경이었다. 김상우-권영민 감독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책임감'을 강조했다.

특히 권영민 감독은 "우리가 외국인 감독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우리가 잘해야 (다른)국내 감독들도 설 자리가 생길 것 같다.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영상 많이 찾아보고 있다"며 '시대에 뒤처진 한국 배구'라는 프레임을 경계했다.

사진제공=KOVO
사진제공=KOVO

김상우 감독 역시 "외국인 감독들의 개성이나 생각을 존중해주되 다른 분들도 우리를 존중해줬으면 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거들었다.

외국인 감독들 중 최고령인 블랑 감독은 커리어도 인상적이다. 이탈리아리그에서 10년, 프랑스리그에서 5년,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12년, 폴란드에서 2년을 지휘했다. 이어 최근에는 일본 대표팀을 5년간 코치로, 3년간 사령탑으로 지휘하며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위, 파리올림픽 8강 등의 호성적을 이끌었다.

브라질 출신의 파에스 감독은 프랑스리그에서 23년간 사령탑을 역임했고, 일본(5년) 우크라이나(2년) 리그와 이란 국가대표팀을 거쳐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1984년생의 젊은 리베라 감독은 스페인 클럽팀에서 8년간 감독으로 활동했고, 연령별 대표팀(5년)과 국가대표팀(5년)에서 코치로도 활약했었다. 기존의 틸리카이넨 감독이나 오기노 감독 역시 선진 배구 도입과 접목을 위해 각 팀이 내린 결단이었다.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제공=KOVO

이날 경기전 인터뷰에 임한 블랑 감독은 "내가 일본 대표팀에 처음 온게 8년전이다. 그때만 해도 일본과 한국 배구 대표팀은 대등했다. 그런데 7년 사이 큰 격차가 벌어졌다. 아마 웨이트트레이닝이나 훈련 프로그램의 차이가 아닐까"라며 "예를 들어 전임 일본대표팀 감독님은 따로 체력 코치가 없었다. 일본에 오자마자 체력 코치부터 영입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 배구가 이만큼 발전하는데 8년이 걸렸다. 한국 배구 역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신인 드래프트는 10월이 아닌 5월에 열려야한다. 지금 같아선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에 투입돼야한다. 클럽팀과 대표팀의 유기적인 소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시즌 우승후보로는 컵대회 결승전 파트너였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꼽힌다. 강력한 토종 선수 전력에 올해 레오와 요스바니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아시아쿼터 역시 현대캐피탈 덩신펑은 우리카드 알리, OK저축은행 장빙롱, 삼성화재 파즐리 등과 함께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된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 사진제공=KOVO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새 시즌을 맞이했다. 김상우 감독은 "다채로워진 배구 트렌드에 걸맞는 팀 컬러를 보여드리고 싶다. 김정호와 파즐리가 주축이 되겠지만, 선수 전원의 기민한 연결이 필요하다"면서 "리그 초반부터 달려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민 감독 역시 "비시즌에 강도높은 훈련을 거쳤다. 올시즌은 우리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강한 서브에 이은 블로킹&디그를 보여드리겠다. 특히 이번 시즌엔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꼭 앞서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도드람 2024~2025시즌은 오는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한항공-OK저축은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양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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