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가 고점에 가족 회사 통해 매각···신성통상 ‘편법 증여’ 의혹

박상영·김세훈 기자 2024. 10.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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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텐 홈페이지 캡처

국내 패션 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보유한 중견기업 신성통상의 염태순 회장이 내부거래를 통해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성통상 지분 20.21%를 보유했던 염 회장은 2021년 6월 세 딸인 혜영·혜근·혜민 씨에게 각각 신성통상 주식 4%(574만8336주)씩을 증여했다. 당시 신성통상 주식 종가는 주당 264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증여재산가액은 약 15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증여가 이뤄진 약 3개월 후인 9월 신성통상은 당기순이익이 약 7배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28억9732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26억522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은 “수출부문 흑자전환 및 패션 부문 원가율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신성통상 주가는 4100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공시 다음 날 신성통산 최대 주주인 가나안이 혜영·혜근·혜민 씨로부터 신성통상 주식 각 100만 주를 4920원에 장외 매수했다는 점이다. 증여가 이뤄졌던 당시 주식 종가와 비교하면 세 자녀가 각각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약 2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가나안이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신성통상 이사가 지분 82.43%를 보유한 개인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부거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성통상의 대표이사이자 주주인 염 회장이 세 딸에게 주식을 증여할 당시 신성통상의 2021년 실적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결과적으로 가나안을 통해 세 딸의 주식을 일부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현금증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나안이 염 회장의 세 자녀로부터 매입했던 신성통상 주식은 매수 당일 장중 최고가(4295원)보다도 625원 높은 가격이었다. 이 경우 가나안의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법 제35조에 따른 ‘고가양도에 따른 이익 증여’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오 의원은 지적했다. 오 의원은 “회사 측이 세 딸로부터 고가로 주식 일부를 매수한 것은 사실상 가나안의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증여세뿐 아니라 배임죄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등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은 신성통상 총수 일가가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정 건에 대해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그 이슈에 대해서 당연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또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이슈이니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신성통상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논란은 올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염 회장이 올해 2월 세 딸에게 또다시 각각 287만4168주씩을 증여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확고히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염 회장이 세 자녀에게 신성통상 주식을 증여한 당시 주가는 1906원으로 1년 새 최저 수준이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바닥권일 때 승계를 끝마친 후 상장폐지를 통해 염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확고히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탑텐 매출이 급성장했음에도 회사 측이 그동안 배당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주와 회사 측 간의 갈등의 골 깊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향후 신성통상이 자진 상장폐지 후 총수 일가에 대한 배당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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