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방산 27조 수출 시대… '울타리'가 없다

김서연 기자 2024. 10. 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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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무기 수주액이 세계 10위권 밖을 돌던 한국은 이제 미국 다음으로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방산강국'이 됐다.

방산 수출 200억달러(한화 27조원)를 향해 성장하는 지금 K방산의 약진이 한 철 특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방위사업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산업계 대표주자 한화는 육·해·공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싸움닭'이 됐다.

최근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을 두고 벌어진 LIG넥스원과 한화 간의 갈등은 방사청의 조정 역할 부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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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분란 관망하는 방사청… 천궁-Ⅱ 이라크 수출 리스크 갈등 지속
K방산의 실적상승에 방산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방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진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의 모습이다. /사진=김서연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무기 수주액이 세계 10위권 밖을 돌던 한국은 이제 미국 다음으로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방산강국'이 됐다. 방산 수출 200억달러(한화 27조원)를 향해 성장하는 지금 K방산의 약진이 한 철 특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방위사업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객이 늘어나니 요구는 다양해지고 계약도 복잡해져 잡음이 늘었다. 방산업계 대표주자 한화는 육·해·공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싸움닭'이 됐다. 싸움의 한 가운데에는 국내 방위사업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방사청이 있다. 방사청은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콘트롤타워다. 한국 국방부가 주 거래처던 과거처럼 미온한 대처로는 방산 업체들은 각개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멀어진다.

최근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을 두고 벌어진 LIG넥스원과 한화 간의 갈등은 방사청의 조정 역할 부재를 보여준다. 지난 9월 LIG넥스원은 이라크 국방부와 3조7135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부체계업체인 한화는 LIG넥스원이 합의된 사항 없이 독단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며 반발했다. 방사청은 해당 계약 주관이 아니라며 방조했다. 방사청은 두 업체를 불러 조정의 장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쟁업체도 아닌 협력업체 간 갈등은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한국판 패트리엇 천궁-Ⅱ의 부체계업체인 한화의 생산비율은 40%에 달한다. 계약 당사자, 주체계업체인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통합 체계, 부체계업체인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생산한다.

양 사 간의 소통부재도 문제지만 고객 이라크의 리스크에 대한 시선 차이도 크다. 한화의 반발을 단순하게 '몽니'로 볼 수 없고 방사청이 '업체의 일'이라 방조할 수 없는 이유다. 한화는 실적보다는 리스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이라크는 한국과 11억 달러 규모의 T-50 24대 수출계약을 맺었는데 수출업체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의혹 등을 핑계로 대금지급을 미뤄 곤혹을 치르게 했다. 이라크의 인민동원군(PMF)이 이란, 북한,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관계에 있어 안보 리스크도 있다.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방사청의 중재 부재는 KDDX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2036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해 실전 배치하는 KDDX 사업자 선정을 방사청은 미루고 있다. 법정 공방 등 업체 간 과열경쟁이 가장 큰 문제지만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방사청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 손실액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방산 수출산업에서 핵심 중재자가 돼야한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 방식, 납품 단가와 납기 순서 등에서 업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한화의 호주 '레드백' 처럼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기획·설계·공급 체계를 최적화한 기획 수출 모델까지 구축된다면 앞으로 이러한 갈등상황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방산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아버지'답게 방사청은 기업이 일에만 신경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방산업체들은 계약이행 후 사후관리, 기술 유출 등 각국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중재할 자신이 없다면 '기업'에 관련 업무를 일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성장 가도에 올라탄 K방산이 잡은 호기를 스스로 걷어차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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