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연금 받는데 선출 과정 불투명…외부 심사엔 "정치 개입 우려"
원로 예술인 예우 위한 국가기관
종신제로 月 200만원 수당 지급
내외부 검증 없이 회원이 후보 추천
비판 계속되자 "추천제 안하겠다"
내달 정기총회 열고 개혁방안 논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술가들은 대한민국예술원에 큰 관심이 없죠.”
원로 예술인을 우대·예우하기 위해 창설된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에 대한 예술계의 공통된 평가다. 예술원이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향한 예술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외부에선 예술원을 ‘그들만의 리그’라며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작 될만한 원로 예술인은 회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학연과 파벌에 따라 회원이 구성돼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예술원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예술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온다. 반면 예술원 내부에선 이러한 시선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4년 임기였지만 법 개정해 ‘종신제’ 변경
예술원에 대한 예술계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불투명한 회원 선출 과정 △수당 지급의 정당성 문제 △회원 종신제 등이다. 이 중에서도 회원 선출 과정이 예술원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민국예술원법’ 제5조는 예술원 회원 선출에 대해 ‘회원은 회원이나 예술원이 지정하는 해당 분야의 예술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회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회의 의결로 선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술원은 먼저 회원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분과별로 ‘회원후보자 선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회원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회원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다 보니 예술계에서는 ‘끼리끼리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현재 예술원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인 회원 선출 구조로 예술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공모 절차 등 내·외부를 통한 회원 검증이 필요한데 현재는 라인과 파벌로 회원 선출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예술원이 ‘회원만의 리그’가 되지 않고 예술계의 존중을 받기 위해선 외부 추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원도 회원 선출방식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예술원은 지난해 신수정 회장을 필두로 한 신임 회장단 출범 이후 자체 개혁을 추진했다. 개혁 방안의 주요 골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회원 후보자 선발 절차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예술원 임시총회에서 회원들의 반대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예술정책 자문 역할 놓고도 입장 차이
다만 예술원은 예술계의 비판을 수용해 앞으로 회원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은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예술원 관계자는 “지난 2월 임시총회를 통해 예술원 회원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예술단체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회원을 선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원이 설립 당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예술원법’ 제2조는 예술원의 역할을 △예술 진흥에 관한 정책 자문 및 건의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국내외 예술의 교류 및 예술행사 개최 △예술원상 수여 △그 밖에 예술 진흥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 정책에 대한 자문 역할. 문제는 예술원이 실제로 정책 자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예술원은 정부가 오히려 예술원의 정책 자문을 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엔 주요 예술단체 수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가 예술원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권 교체가 반복되면서 정책 자문 요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예술원 측의 설명이다.
예술원은 11월 말 정기총회를 열고 다시 한 번 자체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신수정 예술원 회장은 “현재 회장단의 생각은 예술원이 지금보다 더 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젊은 예술가와의 대화,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예술원이 국민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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