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광고만 5,000억… 해리스, 경쟁력 열세 만회할까 [뉴스에 안 나오는 美 대선 이야기]

2024. 10.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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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8> 대선 판을 흔드는 정치광고
미국 마이애미 시민들이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을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대선 예산, 70%가 정치광고
트럼프, 선거자금 열세에도
메신저 경쟁력은 우위 유지

사람들은 항상 미국 정치의 한 통계에 놀란다. 정치광고 비용이 선거 예산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개별 수치는 선거 때마다 다르지만, 이는 미국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의 상당 시간을 모금에 사용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실제로 2024년 대선에서도 선거와 주요 이슈(낙태, 총기 규제, 환경 등)에 대한 정치광고가 16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31%나 증가했다. 이 규모는 호주 전체 광고시장보다 크고,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광고시장이다. 미국에서 정치광고가 활발한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넓은 해석으로 인해 한국과 달리 정치광고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인과 선거 전문가들도 정치광고가 유권자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행동한다. 정치광고와 투표율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선 엇갈린 결과가 나오지만, 올해도 대선의 핵심 7개 경합주에서는 TV, 라디오, 디지털, 우편 등 모든 매체에서 정치광고가 쏟아진다. 과포화 상태로 쏟아지지만, 미국 정치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은 그래도 이 방법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20년 대선의 경우, 4개 주에서(승자와 패자를 가른) 득표 차이는 8만1,139표에 불과했다. 선거가 너무 박빙이기 때문에 단 한 표의 우위를 차지하려면 광고가 그만큼 중요하다. 카멀라 해리스 진영이 올가을 3억7,000만 달러를 TV 및 디지털 광고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각 캠프 관계자들은 TV광고가 선거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30초 TV광고의 제작 및 방송시간 구매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청 시간이 더 많은 노년 유권자를 포함, TV광고는 모든 유권자 계층을 단번에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는 TV광고 한 개만으로도 선거 흐름이 바뀐다. 린든 존슨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가 그랬다.

그래픽=이지원기자

디지털 광고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유튜브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광고도 포함된다. 디지털 광고는 TV광고보다 짧은데, 6초 또는 15초 분량으로 제작된다. 젊은 유권자가 타깃이지만,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현재 30대~40대 초반) 공략에도 효과적이다. 때로는 디지털 광고가 18~29세보다 밀레니얼세대에서 더 큰 효과를 보기도 한다. 문자 메시지는 젊은 유권자들이 모르는 번호의 전화나 우편물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은 점에서 선호된다.

우편물을 통한 정치광고도 유용하다. 특히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다고 추정된다. 미국에서도 사전·우편투표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우편물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주정부를 통해 우편투표 요청자 명단을 파악, 이들에게 광고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

라디오도 중요한 매체다. 라디오 광고는 출퇴근 시간대 청취자를 겨냥해 제작된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는, 오랜 시간 라디오를 청취하며 보내는 계층이 타깃이 된다. 예컨대 라디오를 청취하며 일하는 농부들이 대표 집단이 될 것이다. 한편 기독교 계열 라디오는 보수파와 공화당의 자연스러운 매체이며, 청소년이 선호하는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방송은 민주당의 선호 채널이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정치광고는 종종 비판을 받지만, 상대 진영의 투표율을 낮추는 데 전술적으로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해당 광고를 내보내는 진영은 미리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네거티브 광고로 효과를 보는 후보자의 경우, 그런 광고를 내보내도 개의치 않고 지지할 외부 그룹이 건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렇다. 트럼프는 첫 정치 경력이 대통령일 정도로 정치 신인이다. 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이 있었고 스스로도 주목받는 독특한 메신저였다. 힐러리 클린턴과의 2016년 대선에서 선거 자금에선 밀렸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대중 매체를 통해 (무료로) 유머러스하게 전달됐고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줬다.

그런 구도는 8년 뒤인 지금도 여전하다. 트럼프와 비교하면, 카멀라 해리스는 메신저의 주목도 측면에서 약세다. 대신 선거 자금의 우위에서 비롯된 공격적 정치광고로 메우고 있다.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 텔레노벨라(스페인어 드라마), 멕시코와 스페인 프로축구 등 히스패닉 유권자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정치광고에 돈을 쓰고 있다. 보수층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폭스뉴스 광고도 사들여 트럼프를 조롱하는 내용을 내보낸다.

정치광고와 관련,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3M'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시지(Message), 메신저(Messenger), 돈(Money)이 핵심 요소라는 것인데,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건 메신저다. 역대 대선 결과도 메시지, 돈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트럼프는 이미 2016년 이를 입증한 바 있는데, 2024년에는 해리스가 돈이 메신저만큼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려 하고 있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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