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최애’를 찾아서… 부상하는 ‘토핑경제’
요아정, 나만의 조합으로 인기몰이… 각양각색 블렌딩 레시피 등장
다양한 꾸미기로 취향 나타내
토핑 생태계 구축해 참여 극대화
흔히 기본적인 것에 더해지는 추가 장식이나 선택지를 ‘토핑’이라 부른다. 피자가 대표적이다. 기본 도에 토핑을 얹어 선호하는 맛을 만들어낸다. 사실 토핑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기도 하다. 토핑이 없다고 해서 그 피자를 ‘피자’가 아니라 ‘만두’라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토핑은 피자의 매력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페퍼로니가 올라가면 ‘페퍼로니 피자’, 불고기가 올라가면‘ 불고기 피자’라 부르는 것처럼, 메뉴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이처럼 상품과 서비스의 부수적 요소인 ‘토핑’이 이제는 나만의 ‘최애’를 만들기 위한 핵심 역할을 하는 현상을 ‘토핑경제’라 명명한다.
토핑경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은 역시 식음료(F&B) 시장이다. 올 상반기(1∼6월), 가장 큰 인기를 끈 국내 디저트 프랜차이즈는 바로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분석센터에 따르면 요아정의 2024년 상반기 이용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약 422%나 증가했다. 50가지가 넘는 토핑 덕분에 나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는 데다 너도나도 ‘최애 조합’을 추천하며 입소문이 났다.
음료 시장에서도 여러 종류의 음료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드는 ‘블렌딩’ 메뉴가 인기다.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아샷추’, 오렌지주스에 샷을 추가한 ‘오샷추’, 레모네이드에 샷을 추가한 ‘레샷추’, 사이다에 샷을 추가하는 ‘사샷추’ 등 각양각색의 블렌딩 레시피가 등장하고 있다.
패션 시장에서도 토핑이 부상한다. 요즘 학생들 책가방에는 각종 인형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이처럼 책가방, 핸드백 등을 장식하는 것을 ‘백꾸(백 꾸미기)’라 부른다. 신발을 꾸미는 ‘신꾸’도 있다. 운동화의 끈을 바꿔 달거나 각종 참(charm)을 달아 장식한다. 운동화 매장 ‘컨버스 홍대 스토어’에서는 본인이 구매한 운동화에 자수, 각인, 패치, 스터드 등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기존 선글라스에 참을 탈부착할 수 있는 신상품을 출시했다. 진주나 리본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귀여운 동물인형까지 부착할 수 있어 출시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며 ‘선꾸(선글라스 꾸미기)’의 장을 열었다. 심지어 얼굴에도 스티커를 붙여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일명 ‘얼꾸(얼굴 꾸미기)’나 ‘뾰꾸(뾰루지 꾸미기)’다.
작고 아기자기한 토핑경제는 가전, 가구, 주거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이슨이 선보인 블루투스 헤드폰 ‘다이슨 온트랙’은 2000가지가 넘는 커스터마이징 조합을 지원한다. 헤드밴드의 색상을 고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어쿠션과 이어컵 역시 다양한 마감재로 구성되어 개인별로 최적의 헤드폰을 만들 수 있다. 가구 브랜드 일룸에서 선보인 침대 ‘쿠시노 코지’는 신혼부터 침대로 사용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싱글 침대를 하나 더 구매해 옆에 붙이고, 침대 가드와 풋보드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안전한 패밀리 침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아파트도 레고처럼 공간을 쉽게 바꿀 수 있다. 2024년 8월 ‘포스코이앤씨’는 유연하게 변형되는 공간이라는 뜻의 ‘플렉시폼’ 평면도를 선보였다. 개인 수면패턴에 따라 안방의 수면 공간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 문을 설치하거나 침실 내부에 또 다른 거실을 꾸밀 수 있다.
과거 한국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을 썩 선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잘 팔리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남들이 많이 구매한 가장 무난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소비자 맞춤’이라는 용어는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의 토핑경제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선택 행동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토핑경제는 고객이 상품을 단지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매 이후에도 계속 해당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게 만들어 소비자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한 토핑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면 더 많은 고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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