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바닥 ‘용암 카펫’ 위로 흐르는 생명

김민 기자 2024. 10.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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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흰 벽이 감싸고 있는 미술관 유리창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용암과 검은 뿔이 보인다.

미술관 입구 작은 유리 부스 전시장에는 구겨진 알루미늄 캔의 형태를 본떠 커다랗게 만든 대리석 조각이 놓여 있다.

경기 과천 K&L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는 미술관 모든 층을 뒤덮은 붉은 카펫, 흙을 섞어 검게 칠한 벽과 조각으로 구성된다.

전시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았던 작가는 "미술관 건물의 형태를 보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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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클라우디아 콤테
미술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클라우디아 콤테의 설치 작품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 전시 전경. K&L뮤지엄 제공
매끄러운 흰 벽이 감싸고 있는 미술관 유리창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용암과 검은 뿔이 보인다. 미술관 입구 작은 유리 부스 전시장에는 구겨진 알루미늄 캔의 형태를 본떠 커다랗게 만든 대리석 조각이 놓여 있다. 화산이 폭발해 모든 것이 검게 변했지만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것 같은 역설적인 풍경. 스위스 출신 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의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의 모습이다.

경기 과천 K&L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는 미술관 모든 층을 뒤덮은 붉은 카펫, 흙을 섞어 검게 칠한 벽과 조각으로 구성된다. K&L뮤지엄 건물은 각 층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1층에서 1.5층, 2층이 넓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았던 작가는 “미술관 건물의 형태를 보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작가는 컴퓨터 그래픽(3D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용암 카펫’을 주문 제작했고, 미술관 3층부터 1층까지 용암이 끌어내리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벽면에 칠해진 검은 벽화 위로는 물결무늬가 그려져 생동감을 더한다. 바닥 곳곳에는 불탄 나무 위의 이구아나, 잘린 나무 위 벌새, 돌 위에 죽은 물고기, 멸종된 동물인 황금 두꺼비, 땅에서 솟아오른 매머드의 엄니 조각이 놓여 있다.

이번 전시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다큐멘터리 ‘인페르노 속으로(Into the Inferno)’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다큐멘터리는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와 헤어조크 감독이 전 세계 활화산을 찾아다니며 용암의 장엄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것은 물론 인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도 보여줬다. 화산은 폭발하면 모든 것을 뜨거운 불에 태워 파괴하지만, 그 재가 다시 비옥한 거름이 되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K&L뮤지엄은 의류 제조 업체인 SMK인터내셔날 산하 사립미술관으로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 개인전 ‘총체 예술’로 개관했다. 미술관 1, 2층은 전시장이며 3층은 미술 서적 열람이 가능한 카페가 있다. 이번 전시는 12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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