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내 벤처투자,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할 길
이달 초 정부가 '선진 벤처투자시장 도약방안'을 통해 글로벌 투자유치, 국내 투자자 확충, 벤처투자 균형성장 도모, 글로벌 수준 투자환경 조성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글로벌 수준의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피투자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도록 규정하는 투자자 사전동의권을 도입해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도록 표준 투자계약서를 개정하는 등 계약제도를 확산하겠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그동안 주요국의 벤처생태계에선 창업자와 벤처캐피탈의 분쟁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창업자와 벤처캐피탈 간에 다양한 분쟁과 소송이 증가했을까.
초기단계 스타트업일수록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창업자와 벤처캐피탈 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화해 투자성사가 어렵다. 창업자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반면 벤처캐피탈은 소수지분으로도 강력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우선주를 요구하며 이는 보통주에 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여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우선주의 구조는 정보 비대칭 해소에는 한계가 있어 벤처캐피탈은 사소한 사항까지도 미리 동의를 구하며 위반 시 과도한 페널티를 부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배당 가능 이익의 한계와 창업자의 상환능력 부족으로 실제로 벤처캐피탈이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특별한 우선주를 사용한다. 이런 우선주의 특징은 첫째, 창업자가 원하는 높은 기업가치로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대신 창업자는 대표이사 교체권, 기업매각권, 청산권을 소수지분을 갖게 되는 벤처캐피탈에 위임한다. 이를 통해 초기단계 벤처투자가 활성화된다. 왜냐하면 벤처캐피탈은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해도 실적이 계획대로 나오지 않으면 대표이사를 유능한 사람으로 교체할 수도 있고 기업을 매각하거나 정 안되면 청산해 투자한 금액의 일부라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먼저 투자한 벤처캐피탈과 후속으로 투자한 벤처캐피탈의 계약을 통해 청산 또는 기업 매각시 투자의 선후와 관계없이 투자원금을 벤처캐피탈 간에 나눈 후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배분한다. 이렇게 하면 후속투자가 활성화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앞서 투자한 벤처캐피탈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하지만 회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원금 배분만큼은 우선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속 투자자가 적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이래 모태펀드를 통한 국내 투자정책은 벤처캐피탈의 모험투자와 벤처기업의 자금 안정성을 위해 보통주 투자를 유도했다. 그러자 벤처캐피탈업계에선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활용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상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고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전환청구권, 매도청구권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상환을 담보로 하는 투자는 의미가 없다. 스타트업이 상환능력을 갖춰야만 투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내의 독특한 투자관행으로 말미암아 초기벤처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창업자와 벤처캐피탈 간의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이 증가한다. 결국 글로벌 벤처캐피탈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경우 국내에서 사업하는 데도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플립' 방식을 통해 투자한다. 결국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내 사업을 통해 창출한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해외에 내게 된다.
앞으로 스타트업 우선주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의 많은 예비유니콘이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기 위해 '플립'을 통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쇄도할 것이다. 이번 정부 지원방안에 글로벌 수준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계약 선진화 및 기반조성을 통해 선진 글로벌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돼 글로벌 스타트업이 많이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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