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대국’ 된 중국의 신사업 “웨딩사진 대신 부숴드립니다”
“베이징에서만 한 해 10만 쌍이 이혼하는 걸 보니 ‘웨딩 사진 분쇄’란 사업 모델이 떠오르더라고요.”
지난달 25일 베이징 외곽에서 만난 웨딩 사진 파쇄 전문 업체 ‘베이징중톈제눠환바오회사’의 류웨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허베이성의 공장에서 돈을 받고 웨딩 사진부터 드레스, 반지까지 파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2600건의 결혼의 추억이 그의 손을 거쳐 화장(火葬)됐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수천 위안을 들여 웨딩 사진을 찍는데, 이혼하면 이 사람 키만 한 웨딩 사진이 골칫덩이로 전락한다. 보통 아크릴, 유리, 금속 등 딱딱한 재질로 완성돼서 파쇄도 어렵고 크기가 커서 아파트 단지 쓰레기통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 중국에선 사진을 태우는 것이 금기라 불태워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 류웨이는 “앞으로 중국에서 웨딩 흔적 지우기는 미용실, 헬스장처럼 일상적인 편의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이혼율은 무척 높아서 아시아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이혼율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하는 한국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고령화, 비혼과 함께 중국 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또 다른 위기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인구 1000명당 새로 이혼한 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조이혼율(粗離婚率)은 2002년 0.9건에서 2019년 3.36건(470만 건), 2020년 3.09건으로 높아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1년 이혼에 앞서 30일간 숙려 기간을 두는 초강수 정책을 내놨고, 이후 이혼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2021년 2.01건, 2022년 2.04건)했지만,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25% 증가하면서 조이혼율은 2.6건을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1.8건을 기록했다.
결혼 산업에 몰렸던 창업자들은 ‘이혼 관련 산업’에 몰리기 시작했다. 보험회사 영업직원 출신인 류웨이가 지난해 40만위안을 들여 분쇄기 2대, 압축기 한 대를 사서 웨딩 사진 파쇄 전문 업체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위챗, 더우인(중국판 틱톡), 타오바오에서 주문을 받고, 베이징 인근 지역인 허베이의 공장에서 웨딩 관련 물건을 담은 소포를 배송받아 파쇄한다. 의뢰품이 담긴 상자에는 간혹 웨딩 사진 외에도 보석 반지가 함께 들어있다고 한다.
파쇄 과정은 영상을 찍어 고객에 보낸다. 가격은 소포의 무게로 매기는데 25kg 미만일 경우 최저 59위안(약 1만1200원)에서 최대 199위안(약 3만8000원)을 받는다. 베이징, 광둥, 장쑤, 상하이 등 부자 동네의 20대~40대 이혼 여성들이 70%를 차지하는 주고객이다. 온라인에 일부 분쇄 영상을 올려 홍보도 하는데, 사진 속 고객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영상 모자이크 작업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스프레이 작업’이 하나의 공정으로 자리잡았다. 이혼하는 부부의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이별 사진 전문 업체’도 늘어나는 중이다.
중국에서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경기 침체와 코로나 사태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실업·소득 감소 등이 가정 내 스트레스를 키웠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에서 생활비와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부모에 대한 재정적 의존은 커지고, 부부의 독립성이 약화됐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집값은 서울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고, 중국에서 자녀 한 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로 집계돼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 2위다. 셋째, 과거와 달리 중국에서 이혼한 여성이 무탈하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이혼 공포’가 사라진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딩크족이 늘면서 이혼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딩크족은 전국적으로 60만쌍 이상인데, 향후 5년 이내에 300만쌍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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