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그랬구나” 보듬어주세요
마트에 가면 가족끼리 장 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간혹 심하게 떼를 쓰는 아이들도 만난다.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불고 하는 녀석들도 있다. 엄마는 대개 안절부절못한다. 달래기도 하고, 참다못해 등짝을 철썩 때리기도 한다.
때로는 아이보다도 타인의 눈총이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은 대개 곱지 않다. 대놓고 끌끌 혀를 차는 이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쥐구멍에 숨고 싶을 것이다. ‘애를 왜 저렇게 키웠어?’ 질책하는 눈길을 신경 쓰다 보면 평소 지키고 있던 훈육의 원칙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만다. 이때쯤 ‘얘가 지금 여러 사람 앞에서 나를 망신 주고 있네’라고 선을 넘는 해석을 한다.
“저희 아이는 왜 이렇게 막무가내일까요? 다른 집 아이들은 얌전하고 엄마랑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왜 자기 아이만 이런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의 마지막은 항상 자책으로 끝난다. “제가 잘못 키운 걸까요?”
‘그랬구나’(정진호·김금향) 라는 그림책에는 맨날 혼나는 아이가 나온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부탁한다. 접시를 깨고 콩을 와르르 쏟고, 벽에 마구 낙서를 할 때 자기는 무언가 하고 있었는데 어른들은 ‘도대체 너 왜 이러니?’ 화를 낸다고…. 아이는 결과만 보고 화부터 내는 어른들에게 소리치지 말아달라고, 한숨 쉬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과정을 이야기해 주면, 어른들은 그제야 “그랬구나” 공감한다.
어른들도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다 이유가 있고, 그 실수 앞에 위축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감정을 앞세워 다그치거나 화를 내는 상사나 아내, 남편, 친구 때문에 얼마나 서럽고 억울했던가. 공감의 한마디가 얼마나 절실했던가. 아이들도 그렇다. 아이든 어른이든 실수나 잘못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선 그런 마음이 들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먼저다. 잔뜩 위축되어 유리벽으로 자기를 방어하고 있는 상태에선 어떤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움츠러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열어줄 때, 반성이든 무엇이든 그 속에 들어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니 먼저 들어보자, 그리고 말해주자,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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