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대선 앞두고 개봉했지만…트럼프 전기영화 왜 실패했나
“싸구려 중상모략이며 역겨운 헐뜯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영화 ‘어프렌티스’에 대한 폭언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거짓되고 저속한 이 영화가 망하길 바란다”며 “이런 인간 쓰레기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말하고 행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썼다. ‘어프렌티스’의 감독 알리 아바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원한다면 더 이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11일 개봉(한국은 23일 개봉)한 트럼프의 전기 영화 ‘어프렌티스’는 주말 박스오피스 10위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개봉 전에는 첫 주말에 최고 매출 300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 160만달러(약 21억8000만원)에 그쳤다. 예산 부족으로 1700여 영화관에서 개봉하며 상영관을 대규모로 확보하진 못한 탓도 있지만, 작품이 관객을 끌어모을 만큼 새롭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며 성폭행, 지방 흡입술, 마약류 복용 장면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그 이상을 보여주진 않는 범작이다. 영화는 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사회 초년생 도널드 트럼프가 거물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면서 세계 최고의 부동산 재벌로 커가는 과정을 그렸다. 트럼프의 스승, 로이 콘은 정·재계 유력 인사는 물론 마피아 간부들까지 변호하며 뇌물·협박·사기·위증 등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아 ‘악마의 변호사’라 불렸다.
콘은 트럼프에게 승리를 위한 세 가지 법칙을 가르친다. “공격, 공격, 또 공격.”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두 부인하라.“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트럼프는 콘이 가르쳐 준 법칙을 체화하고, 스승을 넘어선 괴물이 되어간다. 괴물이 또 다른 괴물을 낳는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지만, 그 방식이 뻔하고 노골적이라 참신하진 않다.
전 부인 이바나를 성폭행하는 장면, 살을 빼기 위해 마약류를 복용하는 장면, 지방 흡입·두피 축소술을 받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각본가 게이브리얼 셔먼은 트럼프가 수년간 많은 여성에게 성폭행·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측면을 다루지 않는다면 눈가림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1990년 이바나는 이혼 소송 중 트럼프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서배스천 스탠(트럼프 역)과 제러미 스트롱(콘 역)의 열연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으로 잘 알려진 스탠은 젊은 트럼프로 완벽 변신했다. 나풀거리는 금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스타일에 집착하는 습관이나 표정, 입매, 발음까지 트럼프를 그대로 빼다박았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를 누르고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주연상(’석세션’)을 받았던 스트롱도 먹이를 노리는 파충류 같은 눈빛으로 스탠을 압도한다.
영화는 현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이 콘의 성공 법칙을 재현하며 완성된다.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하면서 한동안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영화의 프로듀서는 “칸 영화제 상영 직후 트럼프 캠프에서 영화를 개봉하려고 시도한 모든 배급사에 위협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제작사 측은 영화를 둘러싼 소동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선거판을 뒤흔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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